노르웨이 교환 학기가 끝난 후, 오슬로에서 파리까지
5월 17일이었다. 그날은 노르웨이의 국경일(제헌절)이다. 5월 초부터 크리스티안산 시골 상점들도 그날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작은 국기를 팔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곳곳에 전통의상들이 널려져 있었다.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살면서 단 한 번 볼 수 있다면 제대로 봐야 한다 생각했고, 그렇게 5월 17일 오슬로에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부터 캐리어에 고이 담아와 옷장에 잘 모셔둔 원피스를 그날 처음 꺼내 입었다. 미리 구비해 둔 노르웨이 국기와 작은 브로치도 챙겼다. 메인 스트릿으로 갈수록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이스쿨 뮤지컬에서나 봤을 법한 악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키를 훨씬 뛰어넘는 대형 국기들도 보였다. 축제였다. 현실의 에버랜드였다.
남의 나라 헌법이 만들어진 것을 이렇게나 신나 하다니 즐기면서도 웃겼다. 우리나라 제헌절은 공휴일이었을 적이나 좋아했지, 요즘은 나에게 그냥 7월 17일인데 말이다.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도 광복절에 모두가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을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 군중이 주는 힘이 있다. 국가주의, 집단주의가 썩 좋지는 않지만 타 집단에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가 될 수 있다. (물론 대외관계의 이유로 힘들 것이다.) 그렇게 행렬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바다에 다다랐다.
완연한 봄이었다. 초여름에 가까운 하늘을 가진 또똣한 계절.
어린이날이 온전히 나의 날이었던 해, 우리 가족은 해운대를 갔다. 바다와 몽돌만 있는 울산 바다와 달리 부산 바다는 정말 마린시티였다. 건물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이국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바다 앞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나는 부서지는 햇살 같은 어린이날을 맞았다.
행렬을 따라 다다른 오슬로 앞바다 앞 나의 감정은 그날 해운대 바다 앞에 서 있던 나의 그것과 같았다.
테마파크 안 디즈니 주인공인 것처럼 전통의상을 입고 뛰노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가족들. 그들을 둘러싼 바다와 낮은 건물들. 여름의 경계에서 따끈했던 햇살이었지만 그 분위기가 주는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 커피와 별로 특별하지 않는 햄버거를 먹었는데 그 항구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 두 가지다. 그날의 날씨를 마셨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먹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