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면 느긋했지 조급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나는 늘 그런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의 느긋함은, 고정 수입이 끊겨 본 적 없던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걸 그만두고 나서야 알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불안했다. 어제 이력서를 넣었던 곳에서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이력서를 쓰면서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회사 싫다더니 왜 또 회사에 목매고 있나 싶었기 때문에 내심 떨어지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모르던 사이 조금은 기대했나 보다.
저녁에는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숨이 턱턱 막혔다. 고개를 떨군 채 애꿎은 휴대전화만 들었다 놨다 했다. 작은 다정에도 무너질 것 같았다. 지금 불안해서 그런가 봐, 나도 조급한 적이 있었어, 친구들이 이런 말로 나를 위로했다. 울고 싶지 않아서 눈가를 짓눌렀다. 아직 퇴사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조급하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그렇게 급할까, 나는. 왜 이렇게 큰일 날 것만 같을까.
공연장에 도착해서 맥주와 피자를 시켰다. 대부분 공연 경험이 많이 없는 분들이 초청된 듯했다. 그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자작곡을 부르며 합을 맞추는 눈들이 맑고 또렷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티가 났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한순간의 행복인 것처럼, 모든 근심도 한순간이라는 것을 눈빛으로, 손끝에서 알려 주는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내 일상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걱정했던 어느 큰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신난 기분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오늘을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이번 달 말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