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기 무서운 날
저는 후천성 비염을 앓고 있어요. 일교차가 크고 날이 추워질 때면 비염은 잠자리를 더욱 심하게 괴롭히곤 합니다. 아주아주 어렸을 적은 비염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운동을 많이 하고 활동량이 많아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염이 생긴 느낌입니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으면 주변에서 친구들이 자는 줄 알았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비염이 심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저는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안 가다가 비염이 되어버렸다는 저만의 시나리오를 사실처럼 말합니다.
보통은 비염이 심해지면서 목이 아파져 오고, 그때 목 관리를 열심히 안 해주면 곧바로 심한 몸살이나 감기로 이어져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목이 아픈 날에는 아침부터 열심히 따뜻한 물을 마신답니다.
22년 1월 말에는 학교 일정 때문에 약 일주일간 스페인에 다녀올 일이 있었어요. 다행히도 코로나로부터 몸을 지켜내며 무사히 여행을 다녀왔는데, 한국에 온 뒤 이틀 후 아침에 목이 죽을 듯이 아프더군요. 따뜻한 물로는 목에 난 불을 끌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비염 얘기를 하려고 해요.
저는 스페인 대학교의 국제과정을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외국 친구들과 대학을 다니며 올해가 4년이 되는 해입니다. 코로나로 각 나라에 퍼져있던 우리는 2021년을 함께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고자 2022년 1월 23일에 한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모이기로 한 지역은 바다호스로 직항 비행기가 없습니다. 이에 마드리드 친구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네 명이 차를 타고 4~5시간을 향해 도착했습니다. 친구의 별장 같은 곳은 아주 넓은 들판에 속에 있었는데 더욱이 코시국에는 꿈만 같은 장소였습니다. 이곳에서 약 3일간 같은 기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문제는 집이 오래된 큰 저택이라서 난방 시설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방은 7~8개 정도 있는데 라디에이터는 2개밖에 없었다는…. 애들과 실랑이하기 싫어서 라디에이터는 신경도 안 썼습니다. 긴팔 긴바지 잠옷을 입고 침낭에 들어간 후 이불을 덮어야만 잘만 하더라고요. 하루 이틀이 지나자 코감기에 걸린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났지만 강한 면역력을 가진 저는 다행히도 무사히 잘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왔습니다. 마드리드에서는 3~4일 정도 여행을 하다가 2월 2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입국 당일에는 시간이 늦어서 바로 집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PCR 검사를 받고 옵니다. 이 시기부터 자가항원 검사가 생기면서 줄이 막 복잡해졌는데 다행히도 20분 정도만 기다리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출국하기 전에도 PCR을 받았었는데 역시 검사 전에는 항상 떨리더라고요. 코로나 검사를 받은 날 저녁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문제는 다음날 일어나면서부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며 기분 좋게 음성 판정 문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목과 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코는 숨을 못 쉴 정도로 꽉 막히고 그 때문에 목도 많이 아팠어요. 아침부터 열심히 뜨거운 물을 마시고 코도 풀어내고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여전히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잘 시간이 되자 잠들기가 무서웠어요. 코는 이리 막히고, 자고 나면 목은 더 아파질 텐데…. 정말 밤을 새워서라도 입으로 숨을 쉬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면역력은 또 잠과 연결되어있기에 불편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프기 시작한 이튿날이 제일 목 아픔이 심했던 것 같아요.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물을 마시는데도 목이 계속 아프더라고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코를 풀면 무지막지하게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시고 다시 꽉 막히는 하루가 반복이었어요. 불안한 마음에 자가 검진 키트도 해보았지만 음성 판정이 이리도 마음에 안 들 수가…. 차라리 코로나에 걸렸다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넘길 텐데 그냥 비염이, 감기가 이렇게 심하게 오니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렇게 자가격리 기간 내내 코감기와 목감기에 고생하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가족의 노력 덕분에 조금씩 나아졌고,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 받은 PCR 검사에서도 음성! 을 받아냈습니다.
그래도 제 비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향을 맡아서 코를 뚫어주는 것도 한두 번 써보고 식염수도 사서 써보고 했는데 그 순간만 나아져서 너무 지긋지긋했습니다. 결국에는 거의 처음으로 비염으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평소에도 비염은 달고 다니던 터라 병원은 갈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낫고 싶다는 마음에 찾아갔고 다행히 1~2주 후에는 본연의 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의 '새벽 친구를 구합니다' 시리즈의 첫 글인데요, 새벽에 이처럼 잠들기 싫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새벽을 함께 지새우고 싶었습니다. 아프면 더 서러우니 이번에는 그 서러움을 나누고 싶었지요.
지금은 무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 날씨에 따라 제 비염은 주변을 맴돈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비염 얘기로 새벽을 지새우는 친구를 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