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고 성장하며]
추석과 개천절이 만나 만들어낸 최대의 연휴를 마주하고 있던 주간이었지요.
심리 상담을 통해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연휴 일정을 물으면 비슷한 내용이 대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너무나 이해되고 공감을 뛰어넘어 ‘나’의 삶과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일은 어쩌면 많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쉴 수 없는 날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직장에 가지 않더라도 가족이 집에 모두 모여있으면 기본적으로 할 일이 많아지지요. 끼니부터 시작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만일 아이의 내신 시험 기간과 겹쳐있다면 온전히 야근에 초과근무까지 더해지는 격이니 몸도 마음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부모님을 뵙고 명절 인사로 해야 하는 절차들까지 있으니 윗세대과 아랫세대 사이에 있는 “우리는” 쉴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연휴를 전후로 뵙게 되는 많은 분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 발 떨어져 살펴보면, 쉴 수 없는 이유가 ‘정말 쉴 시간이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곤 합니다. 24시간씩 6일 동안 144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평일에 비한다면 절대적인 휴식 시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 시간을 나에게 허용할 여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불안이 높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신 분들, 공황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은 더욱 쉴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분들과 이번 연휴 동안 함께 작은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만나 뵙는 분들과 함께 일상에서 시도하는 목표들은 대부분 치료자인 ‘저’부터 실천합니다. 생각을 수정하고 감정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행동은 변화하게 되지요. 물론 그 방향성은 일방적인 흐름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번 명절엔 행동을 변화시키는 목표를 먼저 수행해보기도 했습니다. 내담자분들마다 저마다의 계획을 세웠고 144시간 중 적어도 2~3시간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휴식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치료자인 제가 세운 계획은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일상에서 종종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에서 그것을 ‘휴식’으로 받아들이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냥 일상에서 흘러갈 수 있는 행동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고 ‘성공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목표를 세워서인지 실제로 연휴 중 하루 친정엄마와 함께 익선동에 가서 유행하는 소금빵을 사 먹고 웨이팅이 긴 맛집에 1등으로 가서 줄을 서고 식사까지 할 수 있었지요. 하려고 했던 논문 준비나 발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휴는 할 것을 다 하지 못한 아쉬운 연휴가 아닌, 휴식하기로 계획했던 것을 달성한 만족스러운 연휴가 되었습니다.
10월 2일 방문한 익선동의 한 거리
작은 목표와 큰 성공 경험으로 우리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계획한 목표들 어떻게 이루셨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