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끝, 승무원의 하늘에서> 에필로그
하늘에서의 7년 2개월.
나는 이제 착륙을 준비 중이다.
두바이에 처음 왔던 2018년 9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게 '6년'을 기약했다. 승무원들은 3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두 번째 계약이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정착하는 것이 계획형 인간인 나의 플랜이었다.
기약했던 6년이 되던 해에 거의 퇴사할 뻔도 했지만, 어느새 안전지대가 되어준 이 직업에서 나는 발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두 달 전, 브런치에서 <사막의 끝, 승무원의 하늘에서>를 연재할 때만 해도 나는 이곳에서 보낼 다음 계절을 기대하고 있었다.
두바이에서의 생활과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혜택은 포기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월세나 공과금 한 푼 내지 않는 사택과, 항공권 할인, 부과되는 세금 없이 통장에 찍히는 월급.
레깅스에 브라탑만 입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타지의 자유분방함까지.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누적되는 피로와 외로움, 만연한 차별과 몰이해는 나를 지치게 했다.
기다리던 진급에서의 탈락은 겨우 마음 잡고 있는 내게 그야말로 카운터훅을 꽂아버렸다.
서비스가 힘들기로 유명한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언제 있을지도 모를 다음 진급 기회를 기다리며 더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다.
여전히 뜨거운 10월의 첫 번째 금요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두바이에서의 오늘과 매일 작별하는 중이다. 나의 사랑스러운 화분들과 정든 가구들을 떠나보내면서.
함께 비행하는 동료들은 나의 퇴사를 축하해 준다.
나는 분명 이 시간들이 그리울 것이다.
빳빳하게 다려진 유니폼의 감촉, 땅을 구르는 캐리어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 하늘 위에서 마주친 얼굴들과 잠 못 이루던 수많은 밤들, 그리고 그 밤을 함께 건너던 동료들, 그들과의 실없는 농담과 투닥거림까지.
회사는 떠나지만 나는 비행이 좋다.
누군가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작은 창 밖으로 흘러가는 그날의 하늘이 더없이 좋다.
사막도시의 한가로운 오후가 좋다.
꿈은 아니었던 이 직업이 나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던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척박한 땅에서 보낸 계절들과 그 기억을 양분 삼아 나는 다음 목적지로 환승하려 한다.
이제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기내등이 켜지며 착륙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좌석벨트 등이 켜지고 모든 승객들이 자리에 앉으면, 나는 마지막 기내 점검을 끝낸다.
그리고 비상탈출구 옆 점프싯에 앉아 옆자리의 동료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랜딩기어가 나오길 기다린다.
마지막 터치다운은 어떨까 상상하다 보면 곧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