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글이 안 써진다.
일단 써보려 노트북을 켜고 멍하니 있다가, 브런치에서의 지난 4개월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브런치에 글을 써보자고 처음 마음먹었던 것은 2021년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 보니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브런치 작가로 내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첫 지원에 작가가 된 날과, 틈틈이 써두던 글들이 모여 하나의 브런치 북이 되었던 순간은 내게 짜릿한 쾌감과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꽤 오래 심장을 뛰게 했다.
하지만 야금야금 빠지는 구독자 수는 가슴 언저리를 뻐근하게 했다.
몇 편의 글로 단번에 독자를 끌어 모으는 다른 작가들을 보며, 실망감도 밀려왔다.
‘역시나 나의 애매한 재주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래도 별 수 없다.
나는 <사막의 끝, 승무원의 하늘에서>에 이어, 두 번째 브런치 북 <오타쿠가 될 수 없어!>를 시작했다. 감성 넘치는 공감과 위로의 서사가 강세인 이 플랫폼에서, 그것도 영화나 책도 아닌 애니메이션 리뷰를!
그래서 큰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단지 언젠가 한 번은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기 때문에, 내 ‘쪼대로’ 시작했을 뿐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내 이야기’가 아닌 ‘만화 이야기’를 누가 꾸준히 찾아 읽어줄까. (후루룩 읽히는 재밌는 글을 쓰지 못해서일지도...)
하지만 호응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 글이 읽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닐뿐더러, 허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쨌든 여러 장면을 반복해 보며 나름의 분석과 고민을 녹여 한 편을 뽑아내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내 글을 읽어주길 원한다. 그러다 내가 소개한 작품을 누군가 호기심에라도 보고 감상을 공유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다.
의욕이 꺾이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내가 회복력이 좋은 편이라는 점이다.
나의 실망과 회의는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고 있다. 글이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쓰고는 있다. 여전히 내 쪼대로.
20대의 나는 방송작가였지만, 그때도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미술사학과를 졸업해 방송을 만들고, 호텔리어에서 외항사 승무원이 된 나는 늘 할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안에 쌓인 경험과 언어들을 어떻게 글로 엮어내야 할지 막막하다.
일기 같은 글은 쓰고 싶지 않은데 이 글마저 어쩐지 일기처럼 느껴져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천천히, 뜨개질하듯 나의 언어들을 꿰어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