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흔적일까, 사람들의 흔적일까, 울룩불룩 모래가 만들어내는 굴곡마다 금색 그림자가 포근히 담겨.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는 정서향의 태양을 받아 검게 부서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점점 더 진한 검정 테두리를 자아내지.
이 시간, 와이메이아 베이의 바다를 색칠할 때는 이렇게 진한 테두리를 그을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정서향의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채로운 태양의 색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은 색을 잃어가는 걸 볼 수 있어.
실루엣만 보이는 아이들과 신랑의 모습을 조심스레 카메라에 담아봐.
(6.16금 7.30pm, Waimea Bay)
폴리네시안 컬처 센터에 다녀왔어. 그곳에서 받은 멋진 문신이 지워지기 전에 찰칵. 내 손도 사진을 찍어줘. 한 번도 몸에 무언가를 그려본 적이 없는 내가 문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었다면, 어떤 무늬, 어떤 문구를 몸에 새기고 싶었을까? 몸에 새겨지면 정말 마음에도 새겨지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져.
피지섬의 타투에는 태양, 딸은 별이 있었어. 여덟 살 아들은 가족을 택했고 열한 살 딸은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본 후, 별을 선택했어. 나는...
나는, 태양을 새겼어. 매일 같이 해가 뜨고 지는 갸륵한 기적을 목도하지 않겠다,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펼쳐지는 갸륵한 기적의 무게를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겠다는 마음으로.
금빛 석양이 내 몸에 담기고, 내 몸도 금빛으로 물들어. 팔에 새긴 태양이 눈앞에 머무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아봐. 눈을 감아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태양의 기운. 이렇게 나는 몸에 새기지 않아도 마음에 태양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