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환해지는 기억들을 품고 또 품는다. 한껏 적막해진 마음에 작은 촛불이 될까 아스라이 흐르는 기억을 조심히 품어본다. 얽히고설켜 톱니바퀴 굴러가듯 흘러가는 세상 속, 어느 하나 독립되어 홀로 존재하는 것 없는 시간 속에, 입을 다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한껏 데인 후였다.
두 아이에게 처음으로 남매룩을 입히던 그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첫 남매룩은 친척언니에게 물려받은 인견으로 만든 부드러운 잠옷이었는데, 같은 디자인으로 누나는 치마, 동생은 바지였다. 누가보아도 한 집에 속하는 아이들이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잠옷을 입고 바깥을 나갈 용기는 없었지만 집안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수백 장 찍으며 환히 웃었다. 내가 낳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꼭 영원할 것만 같았다.
두 번째 남매룩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예쁜 샛노란 옷을 사, 두 아이를 한껏 예쁘게 꾸미고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였다. 한껏 예쁘게 멋을 부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의 양손에 아이 손 하나씩을 잡는다. 이곳저곳에서 멈추어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담으며 나는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옷이 날개인지, 꼬까옷을 입은 두 아이는 날개 달린 나비처럼 신나게 뛰어다녔다. 막 더위가 시작되기 전 이른 유월, 초록이 짙어지기 전의 연둣빛 잔디밭에 뛰노는 노랑나비처럼 아이들의 몸짓이 가벼웠다.
"우리 누나"
"내 동생"
서로를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서, 나의 핸드폰에는 수십 장의 사진이 남았다. 연두 잔디밭을 활보하는 예쁜 노랑나비 두 마리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환해진다.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시간들은 흘러간다. 마루에 펴 놓은 이부가지를 개며, 이만치나 키가 큰 두 아이들의 자리를 정리한다. 어느 사이, 아이들이 컸구나. 힘들고 지쳤던 마음은 환한 기억으로 사르르 사라진다. 꽁꽁 예쁘게 머리 땋아 꼬까옷 입고 앞니 하나 빠져 환히 웃는 그때의 딸아이와, 장난기 가득하여 어떤 포즈라도 이상하지만 빠짐없이 사진에 응해주었던 아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어떤 추억은 위로를 준다. 그저, 욕심을 버리고 내게 주어진 작은 일을 하게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살아진다. 모든 것을 견뎌낼 힘은 가물가물해진 아주 사소해진 기억에서 건져지니까. 행복했던 순간으로 환히 떠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