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사십 분, 알람이 울린다. 매일 눈을 뜨며 커다란 기지개를 켠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을 그리며, 마음속 큰 목소리로 "오늘 하루가 주어짐에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그러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달아난다. 어슬렁어슬렁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이끌어 내 아무도 없는 주방에 나온다.
탈칵!
고요한 새벽, 주방 전등 스위치 소리는 커다랗게 울린다. 환한 빛이 새어나며 아직 빛에 순응하지 못한 눈을 찌푸려가며, 나는 쪼그려 앉아 쌀을 푼다. 토도독 쌀이 떨어지는 소리는 남아있는 잠을 깨울 만큼 경쾌하다.
칙칙폭폭!
압력밥솥이 밥을 지어내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들으며 아침으로 아이들이 먹을 사과를 깎고, 도시락 스낵으로 들어갈 과일을 준비한다.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가면 좋겠건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사과 한 조각만 먹고 학교에 가도 되니 바쁜 아침 시간이 조금 덜 바쁜 건 아닐까 싶어 안도가 된다.
툭!
압력밥솥 뚜껑 꼭지가 내려가는 소리는 반갑다. 이제 아침의 모든 과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폭폭 한 김을 내뿜는 뽀얀 쌀을 가장 처음 푸는 순간, 폭신하고 보드라운 새하얀 눈을 살포시 퍼내는 기분으로 갓 지은 구수한 밥을 기분 좋게 떠낸다.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유부초밥.
긴 주말을 지내고 난 첫 도시락으로 당첨되는 단골 메뉴다. 바쁜 아침에 수제 유부초밥 따위는 기대 할리 없고, 시판 재료만 사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엄마 편리를 위해 최고인 메뉴이기도 하다.
쏘옥~쏘옥~
밥을 꼭꼭 눌러 담을 때마다 마음을 모은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학교생활 안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성장하기를.'
보이지 않는 어미의 마음은 후리가케와 단식초가 적절히 섞인 맛난 밥에 담겨 숟가락으로 꼭꼭 눌러 담은 유부 속에 싸져 자취를 감춘다.
오늘 하루의 허리에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이 유부 안에 담긴 작은 마음이 기적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버텨낼 학교 안에서 울컥이는 마음, 솟아날 것 같은 눈물이 터지지 않고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기를... 학교 안의 희로애락에서 더 많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꼭꼭 싸진 유부 안의 밥알을 먹어 몸 안에 담을 아이들을 상상하며 조용한 새벽,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