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4th May)은 전 세계 스타워즈 팬들의 축제날이다.
매년 5월 4일은 ‘스타워즈 데이’입니다. 스타워즈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 “포스가 함께 하길 (May the Force be with you)” 에서 5월의 May와 4일의 Fourth가 동음이의어인 것에서 차용한 언어유희인 것이지요. 현재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기 전까지, 전 세계의 스타워즈 팬들은 이 날을 축제하고 기념하였습니다.
스타워즈의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디즈니코리아가 2015년부터 명동거리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2019년까지 매년 5월 4일마다 삼성동 코엑스홀,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행사를 펼쳤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바로 다음 날인 5월 5일 어린이날과 이어지면서 스타워즈 관련 장난감 및 멀천다이즈 행사에 포커스를 두었는데, 이는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과잉 수준의 물량공세였습니다.(한국 팬들에게는 축복 그 자체) 스타워즈의 전 세계적 팬덤 규모를 고려한다면, 과연 니쉬가 확실한 블록버스터급 이벤트라 할만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 상업성 짙은 축제의 유래가 디즈니컴퍼니도 루카스필름도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 거대한 팬덤 기념일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1970년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 닿게 됩니다. 바로 우리에게 철의 여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최초 여성 수상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와 영국의 보수당 ‘토리당’입니다. (뭐라고?) 다름 아닌 1979년 5월 4일은 대처가 총선거에서 노동당을 꺾고 영국의 수상 자리를 차지한 날이었고, 그날 그녀가 속한 토리당은 London Evening News에 그녀의 당선을 축하하는 이러한 전면광고를 실었다고 하네요.
May the Fourth be With You, Maggie. Congratulations!
포스(4일)가 함께 하길, 마가렛. 축하해!
그렇게 철의 여인은 정말 포스와 함께 했기 때문인지, 20세기 들어 가장 긴 임기 기간인 12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현재의 영국 수상인 ‘보리슨 존슨 (Boris Johnson)’마저도 2012년 5월 5일 런던시장 재선에 성공했을 때, 이전 보수당의 정기를 이어받고자 한 까닭이었는지 ‘May the Fourth be with You’ 슬로건으로 수락연설을 마무리하며 본인이 스타워즈 골수팬임을 자처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러한 말장난이 인터넷상 팬들 사이에서 오가게 되었고, 2008년 5월 4일 페이스북 내 그룹이 May the Fourth 슬로건을 내세운 ‘스카이워커데이’를 기념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타워즈 기념일의 컨셉이 잡힙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5월 4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체계화된 스타워즈 데이 행사가 처음으로 열리게 되면서, 매년 5월 4일은 스타워즈 팬덤들의 가장 큰 연례행사가 된 것이지요. 놀랍게도, 루카스필름은 스타워즈데이와 관련된 어떠한 기획이나 축하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즉, 오직 팬들 주체 하에 모든 게 이뤄진 이벤트였다는 점입니다.
디즈니가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하게 되면서, 2013년에야 비로소 스타워즈 데이는 디즈니컴퍼니 아래 공식적으로 주관되기 시작합니다. 매년 5월 4일이면 월트디즈니월드와 디즈니랜드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가 진행됨은 물론이며, 새롭게 론칭된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Disney Plus)’에서도 매해 새로운 스타워즈 콘텐츠들을 선보입니다.
작년 2020년에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클론워즈’의 마지막 시즌7 과 드라마 만달로리안 제작 비하인드를 담은 ‘디즈니갤러리;만달로리안 (Disney Gallery: The Mandalorian)’이 공개됐으며, 올해 5월 4일에는 새로운 시리즈 ‘배드배치 (The Bad Batch)’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념일이 팬들의 주도하에 탄생되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합니다. 디즈니 아래 상업적으로 많이 물든 기념일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스타워즈라는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데 모여 일궈낸 헌사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죠. 디즈니가 점점 더 많은 영화사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마저 잠식하며 영화시장을 독점하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팽배해져 가는 가운데, 대중들이 호스트이자 게스트가 되는 스타워즈데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연구자 헨리 제킨스(Henry Jenkins)는 이처럼 팬덤 문화가 수동적인 소비문화를 넘어선 능동적이고 창조적이며 참여적인 생산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역할도 한다고 했습니다. 즉, 팬덤은 인종, 성, 지역, 정치, 직업 등과 같은 전통적인 공동체를 초월하여, 선호하는 미디어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비자 공동체라는 것이죠. 디즈니는 최근 PC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성향이 짙은 스토리의 콘텐츠를 내세우며, 이는 작품성보다 그저 수익창출을 우선시한 관객 포섭이 아니냐는 물음표와 함께,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그러한 디즈니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팬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온 스타워즈데이는 성별 인종 국적을 뛰어넘어 모두가 같은 스타워즈 팬임을 확인하는 축제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포스가 함께 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