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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Apr 03.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67. 중독의 치명적 증상: 거짓말

  중독은 '특정 대상에 대한 조절력을 상실하여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알면서도 특정 대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독 대상이 아니면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중독 대상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일상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중독 대상을 추구하고, 중독 대상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환경을 피하고 중독 대상과의 연결을 지속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데, 이를 위해 거짓말이 쌓이게 됩니다. 그 결과, 중독 행위와 관련된 거짓말 외에도 ‘거짓말하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되어 거짓말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침밥 먹었니?’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에 먹었음에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심지어 자신이 ‘아니’라고 대답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거짓말이 왜 문제일까요? 거짓말은 진실과의 간극을 벌립니다. 점점 더 ‘진실’ 또는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아주 간단한 일상의 질문에 대해서도, 나의 생각과 기분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진실’을 외면한다면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거짓말 때문에 남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도 두렵지만, 무엇보다 내가 나를 소외시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입니다. 나에게 뭐가 즐거운지, 뭐가 슬픈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그저 중독 물질과 행위를 추구하는 나만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진실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독에 오랫동안 매몰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벗어나는 것은 마치 벌거벗는 것과 같은 불쾌하고 두려운 느낌을 줍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에 정직해질 수는 없습니다. 아침에 밥 먹은 것과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정직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직에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직하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대가, 그리고 정직으로 얻게 될 소중한 가치를 저울질하여 자신을 위한 판단을 내려 보기를 바랍니다.


** 공지 (Notice) **

2023년 5월 말에 클래스101에서 '중독학(Addictionology)'에 관한 강의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로 인해 브런치 연재가 가끔 누락될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누락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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