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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Apr 04.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68.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결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얼마 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기르는 친구와 육아 고민 이야기를 하다가 ‘넌 그래도 전문가(정신과 의사)니까 잘하겠지‘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나도 아침에 지각할 거 같으면 똑같아. 너 두고 엄마 혼자 출근한다!! 머리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아는데, 나도 지각하면 안 되는 직장인이니, 서로 타협해서 살아야하지 않겠나 싶어.'


  진료실에서도 제게 조언을 요구할 때 많이 하시는 말씀 중 이런 게 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이니까 좀 다르실 거 같아서..‘  ‘왠지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저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화가 나면 바들바들 떨고 속상하면 남몰래 미워하기도 하고 내뱉은 말에 후회하고 마음 아파할 때도 많고요. 하지만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이 그 결함을 허락하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육아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입니다. 책마다 금과옥조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항상 저 원칙을 지키고 살기는 쉽지 않을 텐데 ‘ '때로는 저렇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좋은 엄마는 다 그렇게 하는 거야' '다른 엄마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잖아'와 같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마음에 깊게 뿌리 박힌 '완벽'이라는 이상(ideal)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세상에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얼마 전 들은 강의에서는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나의 엄마만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도 베개 맡에서는 여린 소리를 하고 한숨을 쉬고, 뒤돌아 후회하는 일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점점 세상은 '완벽'을 디폴트(default)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점점 기준이 높아져가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낙오자라 낙인찍는 분들이 점점 늘어날까 봐 걱정됩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 크지 않은 '결함'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며 미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완벽'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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