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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y 24.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75. 삶은 고통과 즐거운 사건의 직조물이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것도 습관인지라, 멀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꾸 여러 핑계를 대며 잊게 되네요.

  치수염으로 고생했던 이야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그렇게 아픈 시간 중에도 웃을 일이 있기는 합니다. 아이스팩을 대고 엉엉 울다가도, 어린 딸이 아빠랑 노는 모습에, 고사리손으로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에, 가끔 통증이 사라지면 느껴지는 평온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면서 '그래 항상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시기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옵니다. 아이의 감기도 마찬가지인데요, 이제 좀 괜찮을만하면 다시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기침하느라 잠을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플 때도 항상 웃을 일은 생깁니다. 따뜻한 위로로 마음이 보송보송해지기도 하고, 아주 맑은 하늘을 보며 상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TV에서 우연히 보게 된 재미있는 영상에 기분이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뭐라고 말해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 안에도 웃을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삶이 이런 것이구나'를 다시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와도,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불안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한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았습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거나 마냥 고통스럽기만 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대개 중독 약물이나 행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삶은 이러저러한 감정들이 복잡하게 짜이고 얽힌 직조물이라는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인데 뭐가 그리 바빠서였는지 다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중에도 피식 웃고 미소 지을 일은 반드시 있다는 것, 반대로 아무리 행복하다고 하더라도 불현듯 드는 걱정과 아픔도 반드시 있다는 것. 어디서 뭐가 어떻게 짜여있을지 몰라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오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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