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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y 29.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76. '불면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원문: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3042814241&category=&sns=y


  요즘 정신과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정말 뜨겁습니다. 의사나 상담사들이 하던 소위 '심리교육'을 앱으로 대체하고, 밀착된 생활 관리를 통해 모니터링을 병행하는 것이 정신과 디지털치료제의 골자입니다. 

진료실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세하게 교육한다고 해도 빠트리는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고,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해도 의사가 환자의 입을 통해 점검할 수 있는 생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뇨나 고혈압 환자분들은 혈당과 혈압 수치를 기록해서 진료실에 제출하는데요, 정신과 의사로서 그런 '모니터링'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는데 디지털치료제가 그런 의사의 욕구도 만족시켜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디지털치료제의 개발 향방에 대해 저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요, 유독 이 기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마지막 문단 때문입니다. 


"불면증의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는 건강한 수면습관을 들이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략) 디지털 치료제도 결국 수면교육을 진행하는 의료진의 역할을 대신할 뿐, 환자의 행동을 강제하진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디지털치료제만 있으면 의료의 공백이 모두 메워지고 내담자들은 더 쉽고 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이 포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의지'이며, 아무리 좋은 치료제도 내담자의 '행동'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이 정신과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우리의 생각(인지), 감정, 행동을 다룹니다. '의지'는 생각, 감정, 행동에 모두 걸쳐있습니다.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모두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머리로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내적 고민과 갈등, 외부 상황과 내부의 상황, 타고난 기질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대부분 무의식 속에 있기 때문에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앞으로 4차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훌륭한 의학적 도구가 개발되어도 '의지'가 부족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누구나 지금 삶에서 '바꾸고 싶은' 부분은 있습니다. 매우 절실할 수도 있습니다. 절실한 마음은 행동으로 옮겨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삶에 변화가 절실할 때, 그 변화를 이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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