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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n 14.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8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정말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제게 하는 것입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은 제가 진료실에서 숱하게 하는 말 중 하나인데, 정작 저 자신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실패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느냐?'라고 물어보면 '네'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의대를 진학하는 사람들, 즉 의사(가 될 사람)들은 대개 어려서부터 성실하고 공부를 잘했고 늘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실패'라는 단어는 생소함을 넘어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의대에는 대개 출신 고등학교에서 1-2위를 독차지하던 친구들이 대다수인데, 그들을 다시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웁니다. '나는 평생 1등을 했는데, 여기 오니 살면서 처음으로 50등을 해보네?' '아니 내가 끝에서 세는 게 더 빠른 등수를 받았다고?' 말로 다 표현하지는 않아도 그 충격은 사뭇 무겁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는 의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은 생활 여건과 풀서포트해 주시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미리 '실패할 일이 없는' 길을 개척해 줍니다. 이런 학원에 가고, 이런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 경험을 하라고요. 저도 부모가 되어보니 똑같더라고요. 실패가 삶의 좋은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리 아이가 굳이 그 실패를 겪지는 않았으면 바라게 됩니다. 의도는 선했으나,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어쩌면 그 부모가 '실패'를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실패에 대해 더 두려워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해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자기 계발서적이 출간되고 또 출간되어도 계속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실패'에 대한 사회 전체의 불안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실패가 정말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똑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게으름입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거나 미리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저부터가 '기꺼이 실패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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