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장 아내를 꼬셔 배낭을 메고 집을 뛰쳐나와 세계로 가다.
만 32세.
나름 동종업계에선 꽤 유명한 회사의 4년차 대리.
결혼 2년차 동갑내기 아내가 있음.
아내와 힘을 합쳐 이제 막 전세자금대출을 갚았고,
직장과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안락한 18평짜리 전셋집과
조금 구형이지만 운전의 손맛이 살아있고 연비도 좋고
아내와 둘이 놀러다니기엔 딱 좋은 2인승 스틱 자동차가 있음.
이제 애낳고 차근차근 적금 붓기 시작하고
애 키우고 모은 적금으로 (18평짜리 방 두개는 애 키우기에는 작으니까) 아파트로 이사갈 준비도 하며,
아파트를 구하려면 대출을 쫌더 받아야하니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해 연봉도 많이 받아와야지...
아! 자금의 일부는 요새 쏠쏠하다는 주식이나 펀드에 조금 투자해볼까.
그러면 일부는 손해보고 일부는 이익이지만 물가는 항상 오르는 법이니까 결국엔 이익이겠지...
돈을 쫌 모으면 대출을 더 받아서 부동산에도 투자를 해야하나...
차도 아이가 생기면 더 큰걸로 바꿔야 할텐데, 올해는 성과급 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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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해왔었다.
라는 초등학교 3학년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중학교 1학년 철학 교과서의 소크라테스 구절에나 나오는
그런 간단한 질문을 곰곰히 되뇌이고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뿐인 내 삶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게 했고,
이런 큰 일을 벌일줄은 그때까지는 그 아무도...
나조차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평범한 가장이자 사회 초년생들이 저렇게 해야한다...
심지어는 나의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마치 저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좁고 갇혀있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잘다려진 셔츠와 잘닦은 구두, 회사원의 상징인 가죽가방 대신에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편한 옷,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운동화,
내 몸무게의 1/3이나 되는 65L짜리 배낭을 메고
때로는 하늘로, 때로는 땅으로, 때로는 바다로 무려 20,00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 세계 방방곡곡을 산책하고 있을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나와 같이 다니고 있는 한 여자.
나만 믿고 쿨하게 짐을 싸고 나온 사랑하는 나의 아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그녀.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선뜻 하지 못하는 그것이 당신의 버킷리스트에 있을거예요.
그렇다면...
제 이야기가 당신의 등을 조금이나마 밀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럴줄 알았어. 이런건 안하는게 좋겠다 빨리 포기하게 만들지도...ㅎㅎ)
지금부터 평범한 제가 아내와 함께 집과 회사를 뛰쳐나와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게 된 사연과
소소한 여행기를 들려드려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