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얼굴에 무지개 뜬 날
수영복을 사기 위해 엄마와 만났다. 들어보니 재가복지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일주일에 2번 수영을 다니기로 했다며 생기로운 얼굴로 이야기하셨다.
"나보다 4살 많은 언니인데 그 집도 시어머니가 치매라서 모시고 산대. 남편이 큰아들이고. 우리 집이랑 상황이 비슷해. 어제 그 언니가 수영장 소개해준다고 나가서 오랜만에 수영했는데 힘들더라."
너무 즐거웠다며 고마워서 밥도 사줬다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모습이 학교에 다녀와서 하루일과를 신나게 이야기하는 내 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고작 일주일에 2번, 1시간의 수영이 엄마에게 이토록 행복감을 주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상황이 비슷한 사람과 처지를 공감하며 하는 대화가 엄마에게 해방감을 준 것일까. 친구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많이 외로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과 친정엄마가 아무리 도와줘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시절. 지역카페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글에 댓글을 달았었다. 그렇게 비슷한 개월수의 아기를 육아하며 고군분투 중인 사람들과 만났고 그녀들은 지금도 나의 은인 같은 존재이다. 옛 친구들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더 수다스러울 때가 많다. 비슷한 고민, 걱정, 이야깃거리를 한 보따리씩 꺼내놓으면 묵은 때를 벗겨내듯 개운해짐을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인간관계의 피로도를 쉽게 느껴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집단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누구에게나 있다. 아마 엄마도 그런 친구가 필요했던 거겠지. 엄마의 1시간의 해방을 응원하며 알록달록한 수영복을 사주고 돌아오는 길, 짧은 한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무지개처럼 다채롭게 빛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