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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Feb 03. 2022

국민연금 – 재정 고갈만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 재정 고갈 위기를 거론하고 저출산마저도 연금 위기를 가져올 수 있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외치니 뻔뻔함의 정도가 지나치다. 조선시대 저출산으로 노동력의 부족이 문제될 수 있다보니 무책임한 조선 조정에서조차 적령기에 결혼하도록 독려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2020년을 넘긴 현대 한국에서 그런 발상이라니 ... 현 세대는 자식세대로부터 부양받겠다는 기대는 물론 믿음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노후를 책임져줄 세대가 없다며 저출산정책을 펴는 당국자들의 발상이 한심할 따름이다.     

연금재정의 파탄은 처음부터 국민들이 책임져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 사람들의 노후를 억지로 정부가 떠안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엇나간 것이다. 1960년 출범해 역사가 매우 긴 공무원연금은 출범한지 30여년만인 1993년부터 적자를 내 수차 개혁(?)이라기 보다 약속 불이행과 정부 보조로 유지하고 있고,

 1987년 출범한 국민연금도 2040년 경부터 적자로 돌아서 2055년 정도에는 바닥이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두 사람 모두 필자의 친구로 한 때 양대 정당의 원내대표인 이종걸, 유승민 전의원이 2015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가지고 다툴 때 필자는 두 친구에게 불필요한 대립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소득대체율은 각자 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이 정하면 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얼마로 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의 파탄은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은 것을 강요하며 일어난 일이다. 만일 국민들이 원한 것이라면 원하는 만큼 더 기여금을 내도록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개인사업자처럼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면 모두 본인이 결정하면 되고 근로자의 경우는 현재 근로자와 사용자가 1/2씩 부담하는데, 근로자는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원하는 만큼, 사용자는 법이 정한 일정률 이상만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연금을 받아서 운용하는 것도 정부가 멋대로 하지 말고 연금을 받을 사람이 운용방법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옳다. 왜 남의 돈을 빼앗아 멋대로 투자하다 제대로 이익을 못낸 뒤에 연금 재정 파탄이니 뭐니 하는가 그럼 우선 연금공단 이사장이하 직원들의 급여부터 삭감하고 그래도 안되면 해고하는 것이 옳다. 주주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아니면 연금을 낸 사람들에게 운용기관,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의 돈을 갖고 군림하다가 재정파탄이라며 이대로라면 약속대로 연금을 못주겠다고 우기고 있다. 공무원 연금은 이미 이런 저런 핑계로 채무불이행을 하면서 뻔뻔하게 공무원은 연금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국민정서를 들먹거리기까지 했다. 돌팔매 맞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월 400만원 넘게 받아야 할 연금을 열심히 저축해 다른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반만 받고 있다. 공무원 연금재정이 부족하게 되었다며 법을 고쳐 안주기로 한 것이다. 떼거지도 보통이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돈을 꿔 간 놈이 약속한대로 갚지 못하게 되자 너 너무 잘산다고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니 반만 받으라면 큰소리치는 격이다.

이런 정도야 개인적인 일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연금이 정말로 훌륭하게 국민을 속여 많이 내고 덜 받도록 하는 일을 해내 재정위기를 막아 냈을 때에도 발생한다. 물론 연금 적립금의 고갈 시기를 우리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에서 막대형으로 되어 적립금이 없더라도 적절한 부과금액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기 – 즉, 연금 기여금(혹은 부과금)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까지 늦춰지도록 현재 소위 베이비붐 세대가 적립금을 많이 쌓아두고 운용을 잘하면 연금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는 이미 은퇴해 연금을 받고 있으니 현재 경제활동세대가 소득의 20% 가까이를 열심히 기여금으로 내고 연금공단이 연 5% 이상의 고수익을 실현하면 2070년까지 연금고갈을 막고 이제 젊은 세대가 낸 기여금으로 노후세대가 살수 있게 된다고 하니 기뻐해야 하는가? 연금개혁론자들은 마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들은 부담만 하고 받지 못하는 세대간 형평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고갈을 막기 위해 젊은세대의 부담을 크게 늘려본들 젊은 세대는 많이내서 노후세대를 살리고 조금의 남는 돈을 받을 수 있을 뿐이므로 형평의 문제는 파탄하는 경우보다 더 심각하게 훼손된다 왜냐하면 파탄하는 경우에는 노후세대에 대한 지급은 젊은 세대만의 부담이 아니라 세금으로 메꿔지거나 그냥 국민연금은 노후세대에게 반만 받으라고 하면서 채무불이행 상태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국민들 - 특히 젊은이들을 속여 마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식으로 반 협박을 하면서 부담율을 높여 파탄을 면할 때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는 국민 모두가 무관심하다.

 만일 현재의 연금 지배구조를 그대로 두고 그렇게되면 우리나라가 연금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 - 요금 윤 대통령이 주적으로 삼는 공산주의 이념에 가까운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연금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2035년 경에 대략 2000조원(2050년에는 4000조원) 이상의 연금기금을 적립하고 있어야 하고 연금은 연 5%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적립금의 상당 부분을 성장성있는 유망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해외투자나 부동산투자도 하겠지만 만일 전체의 1/3 정도를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약 700조원내지 1300조원이되고 현재 한국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약2,500조원인데 2040년경에 배로 성장해 현재 가격 기준으로 5,000조원이 된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전체 상장주식의 20% 내외를 소유하게 된다.

 지금도 국민연금은 4대 금융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이고 상위 200개 상장사의 대부분의 2대 주주이지만, 만일 현재의 방향대로 연금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주요 상장회사의 최대주주는 대부분 국민연금으로 될 것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요즘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스튜어드십(악덕 경영주를 퇴출하는 등)을 발휘한다거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면 기업들의 경영권은 경영자가 아니라 국민연금으로 넘어오게 된다. 즉 국가기관이 경영을 지배하는 사실상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국가로 되는 것이다. 좌파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투자자로서 수익률 확보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국민연금은 시장에서 사적 계약에 의해 투자금을 받은 일반적 기관투자자가 아니라 남의 돈을 강제로 받아내(사실상 빼앗아) 권한 위임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민을 위한다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의도가 선량하더라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마치 선량한 독재가 필요하다는 전제정치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현재의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적립 재원을 늘려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려 한다면 오히려 목표를 달성한 경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단지 현재 세대가 부담하는 연금 기여금을 몇 %로 인상하고, 얼마를 덜 받고(소득대체율을 하향) 하는 문제를 넘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업 지배구조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투자 수익률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인데 불확실한 투자수익률을 기초로 정부기관(국민연금공단)이 연금지급을 약속하고 파탄이 나면 세금으로 때우거나 법을 바꿔 지급할 돈을 떼어먹는 식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차라리 국민연금의 가입, 소득대체율, 기여금 부담율을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옳다. 나아가 연금의 적립금으로 운용할 상품도 기여금을 부담하고 지급받을 사람이 결정하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 옳다. 연금공단은 그런 선택을 포기하고 운용을 위임한 사람들에 한해 운용을 대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민간 투자회사들과 경쟁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말을 좀 고상하게 해서 그렇지 국민연금은 법률이 인정한 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기돈을 투자하는데 아무런 권한도 없이 강제로 떼어가게 하고 손해나면 메꿔주지만 메꿔줄 돈도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턴 돈(세금)으로 주겠다는데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연금공단은 정작 기여금을 낸 국민들은 아무런 권리도 없어 항상 이사장 선임부터 낙하산 인사로 문제되어 왔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들 혹은 국민연금으로 투자를 받고 싶은 회사들은 국민연금에 잘 보여야 하니 국민연금에 근무한 뒤에 다른 회사나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갈 기회도 많게 될 것이고, 담당자들도 그런 기회를 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투자를 할 우려가 높다.

  

“힘들게 번 돈을 강제로 떼어간다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제 노후는 저의 몫이니 국민연금 탈퇴시켜주세요. 낼 사람은 내고 안 낼 사람은 안 낼 수 있게 해주세요.” “국민연금공단은 무슨 권리로 모든 국민의 돈을 뺏어갈 수 있는건가요? 물어보면 분명히 세금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민의 권리란건 없는건가요? 국민연금을 할지 안할지의 선택이 돈을 내는 주체에겐 없는건가요?” 2018년 9월 17일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의 자문안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들이다. 관련 청원만 1600여개가 쏟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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