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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망고 Feb 15. 2024

#1 첫 직장 생활을 스타트업에서 하겠다고?

이러쿵저러쿵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입사해 보았습니다.  

그렇다. 나는 첫 직장 생활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써,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방문했었다.

반가운 인사 다음으로 쏟아지는 질문들은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 뭐 할지는 정했어?"

"대학원 준비하니? 아니면 취직하려고?"


그때 당시에는 (뭐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딱히 대학원 생각이 없었어서, 취직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하여 그다음에 들은 말은 이거였다:

"OO이야 당연히 좋은 가겠지~" 


좋은 데라.. 단어 선택은 그렇게 하셨지만, 사실상 그 단어는 선생님들의 기대에 찬 눈빛과 분위기 상, "대기업"으로 들렸다.


뭐, 우리 중학교 선생님들께서만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돈이 꽤나 들어가는 교육을 받고 자랐는지라.. 많은 지인 분들께서는 내가 그에 알맞게 돈을 많이 벌어올 직장을 잡으리라 생각하셨을지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다음과 같았다:

1. 내가 하는 일이 재밌다.

2. 워라밸이 보장된다.


돈이야 뭐.. 지금 당장 많이 필요하단 생각이 안 들어서일까? 딱히 내가 받을 돈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또 너무 없었나 싶기도 하고..ㅋㅎ) 


그래서 구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굳이 꼭 대기업이어야 된다는 강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았다. 


취직을 희망하는 기업이 2-3군데 있었고, 실제로 채용 시기에 맞춰 자소서도 쓰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력서를 어떻게 깔끔히 잘 쓸 수 있을지 곰곰이 고민하다가 치트키 아닌 치트키를 쓰고자 잡코리아의 이력서를 사용해 봤다. 작성해 본 김에 "포지션 제안"이라는 버튼도 한 번 눌러봤고, 다시 희망하던 곳의 자소서 쓰기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엥? 알림이 떴다. 포지션 제안이 온 것이었다. 그래서 확인을 해봤더니, 내가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연락을 준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곳인지라 구미가 당겼고, 그리하여 면접을 보겠다고 결정했다.


(아 참, 잠깐 딴 길로 새자면, 이 때는 우리 집이 아주 북새통일 때였다. 우리 집이 20년 만에 처음 이사를 가게 되어 한참 이사 준비로 바쁜 때였고, 게다가 이사 일정이 꼬여, 우리 집이 다른 곳에 1주일 간 머무른 다음에야 새 집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면접일은 이 과도기의 절정인 그 1주일 중 셋째 되는 날 잡혔다.)


면접날 이 회사에 홀렸던 걸까. 은은한 분홍 빛의 홀로그램 시트지가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 문, 폭신폭신한 복도, 몽글몽글한 예쁜 조명등이 달려 있는 라운지를 시작으로 찬찬히 회사를 훑어보며 받은 첫인상은, "오, 예쁘다! 일하는 곳이 원래 이렇게 이쁜가?"였다. 라운지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친절한 안내를 받아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하게 될 일도 재미있게 들렸다. 


한 1시간 정도 면접을 보고, 면접관님께서 사무실 한 바퀴 투어를 해주신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섰지만 매의 눈을 뜨고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면접 전날, 스타트업 관련 "면접왕 이형" 영상을 여러 개 봤었는데, "면접왕 이형"님의 조언으로는 사무실 내 사람들의 표정, 일하는 분위기, 그리고 정리 정돈 상태를 꼭 잘 봐야 된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 잡고 잔뜩 인상 찌푸린 사람은 없는지, 한숨을 푸욱-푹 쉬는 사람은 없는지 열심히 두 눈으로 빠르게 스캔했다. 근데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도 보이고, 눈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의미 심장한 웃음으로 나와 눈 마주치는 사람들도 봤다. (이후에 내가 이 미소를 짓게 되어, 자연스레 웃음의 의미를 알았다. 그 웃음은 이른바 "합격 세레머니"--즉, 면접관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 투어를 받게 되는 것--를 보는 자들이 짓게 되는 표정임을 말이다.)


뭐 어쨌든 면접 당일에는 회사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긴 마음에 드셨으니 "합격 세레모니"를 해주셨겠지) 면접 보고 한 4일 뒤에 (새 집으로 입주하는 날)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하.하.

그래서 지금은 어떻냐고? 첫인상과 같이 좋고 그렇냐고? 


으으음! 정말 회사에 다녀보니까, 막상 회사 안에 있어 보니까 알게 되는 것들 중에 적지 않게 충격받은 순간들이 좀 있기는 한데..  


글을 쓰는 지금이 설 연휴라 그런가.. 뭐.. 아직까진 뭐.. 좋은 것 같... 다.  


허나, 퇴근 후에 물어보면, 나의 대답이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넌지시.. 조심스레 끄적이며 이만 글을 마친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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