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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망고 Mar 25. 2024

#3 딜레마

새벽 사이, 파리 올림픽에서 일할 수 있는 초대장이 날아왔다. 메일 한 통에, 딜레마에 퐁당 빠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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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나는 그 말 많았던 도쿄 올림픽에서 인턴으로 일을 했었다.


도쿄 올림픽 인턴 기간은 내 대학 시절의 하이라이트로 생각할 만큼 정말 인상 깊었다. 함께 일한 팀원들은 스페인, 브라질, 영국, 미국 등 제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국적만큼이나 나이 또한 다양했다. 내가 속한 팀에서 나는 막내였고, 최고령자는 80세 이상이었다. 이렇게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한 군데에 모여, 배정된 경기장의 경기가 문제없이 방송될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움직였다. 휴일, 혹은 일 끝난 후, 우리는 종종 모여 식사도 함께 하고 여기저기 함께 놀러 다녔다. 가치관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도 하고, 가볍게 장난치며 떠들기도 하였다.


근무시간이 아침 7시부터였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에 비해) 해가 일찍 뜨는 그 나라에서, 해가 일찍 뜨는 그 여름이라는 계절에, 해가 뜨지도 않은 시간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갔었다. 근데 그마저도 너무 즐거웠었다. 그때 당시 출근하기 전, 꼭 조말론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향을 뿌리고 나갔었는데, 지금도 길거리 지나가다 우연히 그 향을 맡으면 출근할 때의 그 마음이 떠올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그때와 같은 감정으로 설레고, 하루하루가 행복할지 모르지만, 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안 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렇지만 도쿄 올림픽 시절에 나는 여름 방학이 있는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몇 안 되는 유급휴일로 연명하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으로서, 그것도 아직 1년도 채 안 된 신입 사원으로서, 약 1달간 회사를 비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즉, 휴직 사유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4주간 자리를 비우려면 퇴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의 딜레마를 축약해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퇴사하고 올림픽에 가서 일한다 VS 올림픽에서 일할 기회를 포기하고 현 직장에 계속 다닌다.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사실 고민은 끝난 지 오래였다.


나는 올림픽에 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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