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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망고 May 12. 2024

#5 LOTD: Lesson Of The Day

회사에 함부로 정장을 입고 가지 않을 것

"혹시 오늘.. 면접 보러 가세요?"

"헐.. 이직룩..?!" 


며칠 전, 복도나 라운지, 화장실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기만 하면 위와 같은 질문들을 받았다.

가장 난처했던 순간은 점심시간... 

보통 점심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지던데, 저 날만큼은 길-게 느껴졌었다. 


그날따라 평소에 잘 안 하던 팀 점심이 갑자기 잡혔다.

보통 이런 때에는 어색함을 제일 못 견디는 사람의 아무 말 대잔치로 음식 나오기 전 시간을 버티게 되는데, 

누군가가 나의 OOTD로 운을 띄운 것이다. 


팀원 1: "오늘 진짜 면접 보러 가시죠?" 

나: "아니요~ 그랬으면 제가 여기가 아니라 면접장에 있겠죠ㅋㅋ!"

팀원 2: "아니죠.. 뭐 전화 면접이나 온라인 면접일 수도 있고.."

팀원 3: "점심시간에 갑자기 사라지시면... 진짜 면접인데..." 


위 대화에 이어,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왜! 정장을 입은 것인지, 이들을 납득시킬 만한 이유를 대야 했다. 


근데 정말 진짜 내가 그날 정장을 입은 이유는, 

1. 원래 트위드 재킷을 입으려고 했는데, 트위드 재킷을 입기엔 날씨가 너무 더웠다.

> 하지만 이미 트위드 재킷에 어울리도록, 상의와 하의는 검은색으로 통일해서 입었다. 

2.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걸치기에는 조금 추울 것 같았다.

3. 트위드 재킷 옆에 걸려 있던 간절기용 정장 재킷을 집어 들었다. 

> 정말 지금 이때의 이 날씨 아니면 못 입는 그런 얇기와 재질의 재킷이어서, 입었다.


위의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정말 그냥 입었어요!" 했는데 의심만 증폭시켰을 뿐이었다... 하하하.  


내가 평소에 아주 자유분방하게 입는 사람도 아닌데..!!! 

풀 정장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이야;; 그렇지만 어쩌면 자율 복장 회사에서 내가 입은 정장 보다도, 그 많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쏟아졌던 이유는 아마 내 표정 때문이었을 것 같다. 


"면접 보러 가세요?"라는 질문에, 정말 아니어서 "아니요"라고 답했지만, 

내 표정은 찜찜함 1스푼, 곤란함 1스푼, 미안함 3스푼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이 꼭, "여기 떠날 준비 중이세요?"처럼 들렸고, 

이에 대한 솔직한 답은, YES였기 때문이다.


--


이제 진짜 늦어도 다다음주면 부서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며 연습하려 해도, 그 조차 너무너무 떨린다...ㅠㅠㅠ!!!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 거지??!?! 


심지어 퇴사를 하고 싶었던 적도 몇 번 있긴 했는데, 또 막상 진짜 할라니까 안 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내가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파리 올림픽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뿐인데.. 


잘 말씀드릴 수 있을까? 머리가 새하얘지면 어떡하지? 앞뒤 두서없이 막 이야기하게 되면 어떡하지?


후.. 다음번에 쓰게 될 브런치 글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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