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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보자기 Apr 14. 2024

마케팅 동력이 줄고 있다

예산도 없고 동료도 없는 요즘

1. 업뎃 없는 마케터 


홍보마케팅콘텐츠 언저리에서 햇수로 15년, 

그 시간에 기대어 나름 배운 것과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글을 썼다. 

다행히 아직 실무 관련 정보가 부족한 취준생이나 신입사원에게는 유익한 글이었는지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유용하다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이후의 이야기는 브런치에 업뎃한다고 글을 마무리했기에, 

댓글에는 브런치 주소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꽤 있었다. 


주니어들의 환호와 우쭈쭈(?)를 받으며

나도 내가 브런치에 마케터로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지. 

오, 나 이래봬도 어느새 제법 전문가가 돼 있는거야? (ㅎ)

그럼 이제 마케팅 관련 글도 쓰고 강의도 하는 연사가 되는 건가?


잠깐의 환희에 취해 

내가 가진 경험담과 성공 스토리와 인사이트가 더 많은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마케팅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쓴 글이 전부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마케터의 얕은 밑천에 실망하신 분들은

지금 바로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2. 일 없는 마케터 


요즘 나는 작년에 새로 합류한 작은 회사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오히려 마케팅 동력은 점점 줄고 있다. 

회사가 아직 비즈니스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마케팅은 나중에, 나중으로 계속 밀리는 상황. 


애초에 마케팅에 투자해야 브랜드 인지도든 매출이든 견인할 수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밥값은 해야 하는 연차니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제안을 해도 내부 설득이 잘 안 될 뿐더러

그 제안도 너무나 적은 예산 안에서 요리조리 굴려보는 짱구인지라

사실 공수에 비해서 티는 전-혀 안 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올해 예산이 많은 편이 절대 아니었음에도 1월에 비해 3월 예산은 거의 1/3로 줄였다. 

모든 것은 잠정적인 대기 상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솔직히 지금 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마케터 수명에서 

마케팅 불씨가 계속 꺼져가고 있는 기분이다. 


사실 나는 예산 중심의 IMC나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경험보다

브랜드 콘텐츠 기획과 개발 쪽에 더 경쟁력이 있어서 그쪽으로 인정받고 입사했던 지라 

브랜딩과 브랜드 마케팅에 더 포커스를 두고 제안을 해도 

오히려 내부 분위기는 브랜딩이야 말로 가장 뒷전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공고하게 만드는 일은 온라인 광고보다 시급하지 않다. 

그렇다고 광고비가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수준도 아니다. 


직전 회사 역시 내게 주어진 예산이나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점이 있다면 (원래 퇴사한 회사는 현재 회사에 비해 좋은 점만 기억나는 아이러니)

같이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그 동료분과는 브랜드를 보는 관점이 비슷했고

나보다 IMC 마케팅 경험이 많아서 이런 저런 프로젝트 경험을 들려주셨는데 

그런 간접 경험이 마치 책을 읽는 듯 유용했다. 


나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 곳에 왔는데

(아직은) 예산도 없고 동료도 없고 외로운 시간이다. 

그러니 더더욱 업데이트 할 것이 없어요. 




3. 마케터가 되고 싶은 적 없던 마케터 


작은 홍보대행사를 거쳐 마케팅팀에서 PR 담당자로서 일을 하면서 

나는 이 일이 내 몸에 안 맞는 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세련된 사람이 아니고, 트렌드나 세상사에도 시큰둥한 편이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나마 그렇게 만든 인연들이 

자꾸 PR Results로 평가 받았다. 


나에게 마케팅은 내츄럴 본 즐거움의 영역이 아니고 

어찌저찌 굴러 들어와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크고 작은 도망 속에서도 마케팅의 범주 안에서 밥벌이는 계속 되었는데 

다행히(?) 과장에 진급하자 커리어와 보상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그걸 동력 삼아서 계속 좋은 자리를 찾아 옮겨 다닌지 벌써 3년 째. 

나는 계속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을 뿐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한 느낌이다. 


시간은 계속 흘러 가뜩이나 빈약한 마케터로서의 포폴이나 의지가 

이제 거의 막바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의 마케팅은 머리에 힘줘서 하는 효율적인 밥벌이이자 몸에 안 맞는 옷 입고 있기라구요. 


이 애증의 관계 막바지까지 나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진짜 나한테 안 어울리는 거 아는데, 

그래도 화려하고 멋져서 기분 째지는 그런 옷 한 번 입어보면 안 될까?"



-

하지만 곧 마흔, 

마흔에는 나다운 옷을 입어야 더 멋진 어른 아닐까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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