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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 Apr 05. 2021

외로움

: 누구든지 알아챌 수 있는 것


1월 1일 일출을 보고 왔던 것이 무색하게도, 벌써 4월이 지나가고 있다. 무색한 건 시간뿐만 아니라 나의 새해 계획표도 있다. (지킨 게 하나도 없다.) 순조롭게 지나가는지, 조금은 울퉁불퉁했는지 당신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일이 많은 요즘, 본인은 문득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괜히 계절이 바뀌는 탓인가 싶다. 벚꽃은 이제 떨어져 꽃길을 만들었고, 푸릇푸릇한 이파리만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처럼. 당신의 계절은 어떠한가? 나의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잠깐 꺼내보고 싶다.



사실 바빴던 부모님과 치열했던 학창 시절 덕에 사춘기 시절이라고 콕 집어 말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는 분명 존재한다. 나의 느리고 무딘 성격을 춘기 친구도 알았는지 질풍노도의 끝판왕이라는 중2는 순탄하게 지나갔다. 주위에서 '누가 가출을 했다, 엄마와 싸웠다'라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본인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단 말이다. 그리고 중3 때 본격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거다. 나의 작고 부끄러운 그때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날, 이리저리 방황하다 슈퍼문이 뜬다는 소식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달을 보러 갔다. 그 큰 달이 달래주는 기분이 들어서, 어리광도 피우고 슬픔을 토로하고 싶은 심정을 그제야 처음 느껴봤다. 그 후로 한 달간 빠짐없이 혼자 바다 옆 산책길을 걸었다. 허공에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내 마음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새소리가 듣기 좋아서. 가족끼리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나를 사연 있는 사람 보듯 봤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그에 질세라 나도 외로운 자신을 저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때인 거다. 불안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해 과소평가했던 시간들. 

어수룩한 달빛에 내 마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준 외로움은, 다행히 바닷바람에 다 녹아버렸다. 우당탕탕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시기가 아닌, 잔잔하지만 외롭고 어떻게 보면 성숙한 그 시기를 웃으며 보내줄 수 있었던 거다. 



문득 그때 생각을 하면, 잘 버텼다는 생각 대신 누군가가 옆에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왜 내 등을 토닥일 수 있는 손이 없었는지에 대해. 그 손이 있었더라면 지금과 달리 감정을 누르는 법을 몰라 허둥댔을까? 가령 더 방황한대도 나는 작았던 나에게 손을 내밀겠다.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외로운 마음을 억누르기는 언제나 힘이 든다. 강제든 자의였든, 홀로 일어서는 법을 배운 어린아이에게, 다 큰 어른에게 누구보다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는 감정의 날카로움에 덜 찔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혼자 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외로움은, 혼밥의 귀재인 내가 봐도 극명히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그 외로움을 참기가 힘든 것이니까. 그래서 당신은 덜 외롭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제든 덧붙이는 말 없이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고.

 

춥다, 덥다 해도 속일 수 없는 절기 앞에 불필요한 감정 없이 계절을 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 음식은 계절을 안 탔으면 좋겠다. 본인이 좋아하는 떡이 계절상품이라 더 이상 팔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입맛은 계절 안 타는데 왜 그러는데. 무튼 소리에 집중해서 새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파도소리를 들어보기도 하며 화사한 계절을 보내길 바란다. 누군가의 외로움으로 위안을 받는 나는 싫지만 당신만큼은 당신 곁에 있는 나를 보며 위안을 받기를. 당신은 뭐든지 괜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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