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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스보니따 Apr 24. 2021

포르투갈 디저트, 진짜 0 칼로리면 좋겠다

포르투갈 맛있는 여행(1)

일본 여행 중에 기차역에서 즐기는 도시락 즉 에키벤이 여행의 맛을 더 해준다면 포르투갈 여행은 역시 디저트가 정답이다. 리스본에선 pastel de nata 즉 에그타르트를 꼭 먹어야 하고, 리스본 근교 서핑하기 좋은 에리세이라(Ericeira)에선 ouriço를, 포르투갈의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신트라(Sintra)에서는 베개 빵이라고 불리는 travesseiro는 필수이다. 


신트라


포르투갈의 카니발로 유명한 토헤스 베르다스(Torres Vedras)에선 콩으로 만든 달달한 pastel de feijão을, 로마 유적으로 가득한 에보라(Évora)에서는 치즈 듬뿍 queijada를 맛봐야 그곳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에리세에라, 신트라, 토헤스 베르다스, 에보라 모두 리스본 근교 도시들이라 당일치기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고 나름 교통편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서 자주 가곤 했었다.(물론 지금은 코로나가 모든 것을 망쳤지만...) 


한국의 파리바게트처럼 포르투갈의 유명한 체인점인 포르투갈 빵집이라는 뜻의 파다리아 포르투게자(padaria portuguesa)는 망할 리가 없다. 만만한 가격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 아니 늘 아침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처음 이민 와서 나도 이 포르투갈 빵집에서 남편과 간식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면서는 달라졌다. 내 나이 또래의 나름 젊은(?) 포르투갈 친구들은 여전히 이 빵집을 좋아해서 지금도 이 친구들을 만날 때는 이 빵집을 가곤 한다.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몇십 년 더 많은 친구들은 이 빵집을 무지무지 싫어한다. 딱 체인점의 맛인지라 다들 너무 맛이 없다고 한다. 


포르투갈 살면서 좋은 점은 나이는 숫자라는 것이다. 나보다 수십 년 어린 친구도 그냥 친구이고 나보다 수십 년 나이가 많아도 그냥 친구이다. 하지만 나이에 따라 확실히 먹거리에 대한 취향이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극적인 맛보다는 본연의 맛, 진짜 참 맛을 느끼게 하는 관광객이 모르는 맛집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코로나로 포르투갈 현지인들만 아는 작은 동네 맛집들이 망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절친 호미랑 코로나 이전에 매일 가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겼던 우리 동네 카페도 진작에 문을 닫았다. 젊은 포르투갈 부부가 하던 카페에서 새댁이 아침마다 오븐에서 직접 구워낸 파이를 맛있게 즐겼는데 너무나 아쉽다. 


포르투갈 절친인 호미네 부부는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디저트로 풀다가 결국 의사 선생님에게 무지 혼이 났다고 한다. 평생을 포르투갈 디저트를 즐기면서 살아온 호미와 페르난두는 의사가 먹지 말라고 했어도 결국 끊을 수 없는지라 주말에만 디저트를 즐긴다. 



많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딱 한 개를 먹더라도 아주 맛있는 디저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무조건 맛집을 간다. 때로는 리스본 근교까지 차로 1시간 내외의 맛집까지 오직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가기도 한다. 나도 늘 따라가서 같이 디저트를 즐기고 싶지만 오붓한 부부의 주말 데이트를 계속 방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맛있으면 0 칼로리라고 하던데 이건 100% 거짓말이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이민 온 지 5년 차, 점점 늘어가는 내 뱃살의 원흉이 바로 이 맛있는 디저트이지만, 오늘도 역시 우리 집 '한식' 식사의 마무리는 '포르투갈 디저트'이다. 왜냐면 맛있는 식사의 마무리는 훌륭한 디저트가 정답이니까. 진짜 0 칼로리면 얼마나 좋을까?! 



포르투갈에서는 식탁을 mesa(메자), 그리고 디저트를 sobremesa(소브르메자)라고 부르는데 정말 디저트를 제대로 묘사한 단어이다. sobre는 '~위에'라는 뜻이니 식탁 위에 꼭 놓여야 할 음식이 바로 디저트인 것이다. 


처음 포르투갈을 여행 왔을 때는 가이드와 함께 했기 때문에 뭐든 먹고 싶으면 그분이 대신 주문해 주셔서 참 편했다. 근데 막상 포르투갈로 이민을 와서 주문을 하려니 허거걱 나의 포르투갈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는 점원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리스본의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하지만 진짜 포르투갈인들이 찾는 동네 맛집에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주문을 못한다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수많은 포르투갈의 디저트를 제대로 즐기는 미식 여행을 위해서는 포르투갈어는 어느 정도 필수이다. 앞으로 포르투갈의 디저트 여행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현지 포르투갈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해서 이 매거진을 통해 공유할까 한다. 


코로나는 결국 언젠가는 물러갈 것이고(근데 도대체 언제?!!!) 다시 포르투갈을 찾아서 맛있는 여행을 할 때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때 그 누군가에게 맛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내 글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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