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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르테오 Nov 19. 2023

내 이름

창녕 조 씨 가문의 장남인 나, 어진 재상의 뜻을 가진 나, 이름대로 살려고 노력했었다.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당차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초등학교 반 선거 시절이면 제일 먼저 후보에 신청했었다. 대통령이라는 드높은 꿈을 위해 꼭 치러야 할 연례행사였다. 부회장이 되었을 때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열심히 했었다. 생각해 보면 반장과 부반장이 해야 할 업무나, 청소 같은 작은 일들에 손을 거들었다.


 그렇게 내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많았었던 나는 어느새 이름대로 살지 않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내 행동에 대한 보상이 없어서 실망감이 컸었다. 몸에 밴 배려와 정직의 습관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의미가 퇴색되어 갔다. 학칙에 어긋난 것을 보고하면 보복을 받았고, 배려하면 감사를 못 받았었다.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나는 어느새 나를 위해 살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내 이름대로 살고 있지는 않다. 모순적인 삶과 직업을 가진 나는 이름의 굴레 빠져 불행하지 않다. 어릴 때의 치기였던 이름대로 살기는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선한 인생의 토대는 만들어줬다. 그래서 어진 재상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행동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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