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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Oct 03. 2024

[작가일기] 늦은 밤, 에세이를 송부하며


새근새근 아이의 숨소리가 고른 박자가 되자 스읍 숨을 참으며 뱃심으로 스르륵 일어났다. 오늘은 같이 잠이 들면 아니 된다. 마감일 전날이기 때문이다. 에세이 수필 한 편을 감사히 쓰게 되었는데 긴 분량은 아니지만 이 친구를 한 달 동안 품고 지냈다.


한시인(漢詩人)이셨던 엄마는 나와 탁자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도 불현듯 갑자기 책상으로 달려가곤 하셨다. 시를 쓰시다 단어 한 칸을 비워두고 계셨는데 드디어 딱 맞는! 그 한 (一) 자(字)가 생각이 나셨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때 엄마의 환희에 찬 표정은 그야말로 유레카! 그 이상이었다. 나는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그 단어 발견한 게 그렇게 기뻐?" 엄마는 활짝 웃으며 답하셨다. "그럼! 아이 신난다 신나! 여기를 두고 며칠을 궁리했거든. 이게 각 행 열마다 글자수와 운율도 맞추어야 해서 여러 가지로 고려해봐야 해. 아휴 좋다아!"


글을 쓰며 엄마 생각이 났다. '나왔다'와 '나온다'를 몇 번이나 바꾸어 고쳐보고, '마주할지' '만날지' '마주칠지'. 세 단어를 번갈아 넣어가며 지하철에서 한번 보고 양치하고 보고 설거지 마치자마자 갑자기 읽어보고. 새로운 정신으로 퇴고하고픈 마음에 일부러 몇 시간 안 보았다가 제3자의 느낌으로 다시 읽어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몇 년 전 한 작곡가님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스쳤다.


"작곡가님께서는 어떤 작곡가가 유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음.. 저는 마감일을 잘 지키는 작곡가요."


아니 이럴 수가! 이것은 너무나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금세 이해가 되었다. 어떤 창작물이든 100%를 향하고 파고들면 끝도 없는 가운데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의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의뢰인과의 약속이자 책임감. 즉, 능력의 일환일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히 지면으로 만나는 시간도 기대되지만

한 자 한 자를 담기에 앞서 고민하고 들여다보고 그 생각을 하얀 종이에 담아내며 배운 여정만으로도 커다란 선물을 모두 받은 듯하여 참으로 감사하다.


조용히 아이들 사이로 들어가 이불을 덮어야겠다.

왠지 오늘은 눈을 깜빡깜빡

조금은 천장을 바라보다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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