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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Apr 21. 2022

(브런치)작가이고 싶은 마음

중요한 사실은 브런치 작가가 된다 한들, 달라지는 건 한 가지뿐이다.

몇 달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브런치에서 연락이 온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24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브런치에 꾸준히 글쓰기를 한 작가님들이라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을 연락이다.

240일이면, 대충 계산해봐도 무려 8개월이다.

난 브런치에 약 8개월이란 시간 동안 단 하나의 글도 등록하지 않았다.


난 정말로 힘겹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몇 번 도전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오산이었다.

난 약 9개월이란 시간 동안 90번 도전한 끝에야 비로소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도전해서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합격만 시켜준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글을 쓰겠다던 나였는데,

어쩌다 브런치에게서 이런 미안한 연락을 받게 된 것일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글을 쓰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글을 완성시키지 못해서이다.


나도 이제 브런치 작가라는 괜한 부담감에 글은 완성되지 못하기 일쑤였고,  

흰색 화면엔 정리되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이 널브러진 채로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유 말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계속되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어느새  글쓰기의 목적이 '브런치 작가 합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사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면서는 아니라고 계속 부정해왔다.

난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계속 되새겼다.

그렇게 되새겼기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난 무척이나, 그것도 누구보다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계속되는 낙방 속에서

브런치 작가 합격은 내 글쓰기 여정 속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어느새 꼭 이루어야 하는 하나의 커다란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그 목적을 이룬 것은 실로 기쁜 일이고, 또 내 인생에서 몇 없는 집념이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 되기. 라는 목적을 이루자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그 초심을 잠시 잊었다.

그 초심을 잊어버리자 그보다 앞서는 것들이 여러 가지 생겼고, 그렇게 8개월이란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글쓰기에서 멀어지던 차에 브런치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지금의 네 눈빛 말고, 예전의 날 바라봐주던 네 눈빛이 그립다는 옛 연인의 연락을 받았을 때처럼

그때처럼 무언가 맘속에서 쿵, 하고 내려앉았는 것만 같았다. 


브런치를 알기 전, 즐기며 글을 썼던 많은 순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며 치열하게 글을 구상했던 순간들.

그 과정에서 책을 출판하는 과정들.

그 모든 글쓰기의 과정과 감정들.

그러한 모든 과정을 어느새 추억으로만 남기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지금에야 그때의 다짐을 다시금 되뇌어 본다.

난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기 위해 브런치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 즉 작가가 되기 위해서 브런치를 방문하는 이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나처럼 브런치 작가 심사에 낙방하여 아쉬워하고, 불합격 메일에 발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그 과정을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이 겪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갈망과 목마름을.


하지만 뒤늦게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았다면,  브런치 작가가 된다 한들 달라지는 건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브런치에'도' 글을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은 쓰고자 한다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어디에나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쓸 수 있는 글을

브런치 작가 심사에 또 떨어졌다고 하여

혹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여

글쓰기를 오래 멈춘다면,

당신이 글을 쓰며 느꼈던 그 기쁨은 어느 순간 그리운 것이 되어버리며, 

그 기쁨은 어느새 추억 속 한 장면이 되어 멈춰버리고 만다.


작가: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내 글쓰기의 많은 도움을 줬던 멘토는 재차 

'작가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에 작가'라는 것을 강조했다.

브런치는 그 글을 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나도 작가임을 대변해주진 못한다.


브런치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글과 멀어진 나도 언제나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그렇다.

결국, 작가는 자기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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