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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May 12. 2022

내 글에 또 다른 제이피가 하트를 누른다.

여전한 엄마의 마음이자, 또 엄마의 기쁨일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브런치에서 필명을 정할 때 중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니까 이 브런치엔 나 말고도 더 많은 '제이피'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이피'라는 필명은 내가 브런치를 알기 전부터 써왔던 필명이자,

꽤 오래 써왔던 닉네임이기에 바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나 말고 또 다른 '제이피'가 있다한들 굳이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또 다른 제이피가 내 글의 하트를 누른다.

처음엔 내가 잘못해서 눌렀나?

아니면 단순 브런치 오류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이디를 눌러 들어가 봐도 별다른 걸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관심작가로는 브런치팀 나만 등록해놓은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게다가 글을 올리면 보통 30분 이내에 하트를 누르니, 하트가 눌릴 때마다 조금씩 더 신경 쓰였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내 글의 자꾸 하트를 누르는 것일까?


그리고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다음 날 엄마에게 전화가 오더니 글 잘 읽었다고. 너무 좋았다고. 전화가 왔다. 

그 순간 어? 하고 무언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엄마, 엄마가 혹시 내 글에 하트 눌렀어? 엄마 아이디 뭐야?"

"응? 하트 눌렀지. 아이디 같은 건 없던데?"


진실을 알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또 다른 제이피는 나였다.

아니 엄마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때, 하도 브런치 작가에 떨어지니

혹시 내 아이디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은 아닐까? 싶어서

너무 간절한 마음에 엄마 카카오톡으로 가입을 진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그렇게 아이디를 바꿔서 도전했는데도 떨어졌었고,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의 도전 끝에서야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고,

기쁜 맘에 이젠 브런치에다 글을 쓴다고 조심스레 가족에게 알렸었다.

그렇게 엄마는 아들이 글을 쓴다고 하니 브런치를 깔아서,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하니

내가 전에 설정해뒀던 제이피란 아이디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아이디가 어떻게 설정되어있는지는 지금도 모르고 계신다.

하지만 글에 하트를 다는 법은 어떻게 아셨는지, 꼬박꼬박 아들 글에 잘 읽었다고 표시해주신다.

조금이라도 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여전한 엄마의 마음이자, 또 엄마의 기쁨일 것이다.


누군가가 내 글을 기다리고, 또 그 글을 좋아해 준다는 것은 작가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작가로서의 기쁨과 더불어

아들로서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더할나위 없는 큰 기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과 사랑이 끝이 없는 것처럼

부모를 향한 자식의 마음과 사랑에도 늘 후회와 죄송함이 가득하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건 자식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식의 성장보다 부모님의 늙어가는 모습이 더욱 가깝게 체감된다.


나라고 어찌 다를까.

미래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이,

언제나 건강하고, 정정할 것 같았던 부모님의 얼굴엔 어느새 전보다 흰머리도 느시고, 주름도 깊어지셨다.

그러한 부모님의 모습에 더 좋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마음에 늘 죄송함이 앞섰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내가 좀 더 노력했더라면 더 많은 걸 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한 마음이 지금도 가끔은 날 찾아온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냥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별일 없었던 일상을 말씀드리며, 작게라도 함께 웃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맘이 놓인다.


후에 기억하지 못할 작은 하루일지라도, 

그저 하루하루 속에서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 기쁨을 나누려 노력할 뿐이다.

새벽마다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기도드리는 시간을 가지며,

이렇게 글을 쓰며 서로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또 그것을 다시 글로서 기록하면서 말이다.


이 글도 또 다른 제이피, 엄마에게 하루 중에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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