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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Jul 03. 2024

꿈에 그리던 최애를 만나다.

여러분들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최애
'가장 사랑함'을 뜻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준어 단어. 2015년 이후 들어 많이 쓰이게 된 단어라 신조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단어인 것에서 보이듯 오래된 단어다.


여러분들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요즘엔 '최애'라 함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유명인사를 뜻한다.


연예계엔 별 다른 관심조차 없었던 나에게도 최애가 생겼다.

몇 년 전, 우연히 뮤지컬을 볼 기회가 생겼고, 그 공연의 주연배우가 나의 최애가 되었다.

뮤지컬을 보고 나오자마자,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검색해 보았고, 또 여러 무대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팬이 되었고, 나도 내가 그럴 줄 몰랐지만, 팬클럽 카페도 가입했다.

나의 최애는 이미 뮤지컬 쪽에선 이미 슈퍼스타였기에 티켓 구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난 제법 티켓팅의 소질 아닌 소질과 운이 있었다. 덕분에 최애가 하는 공연이라면 빼놓지 않고 보러 갔다.

그리고 결혼 전 아내와 특별한 데이트를 할 때면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곤 했다.

아내도 나처럼 최애에게 빠지고, 또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은 함께 티켓팅을 하며 새로운 우리의 취미를 함께 즐기고 있다.


 한 번은 결혼식을 준비하다 뜬금없지만 간절한 꿈을 꾸기도 했다.

결혼식의 축가를 내 최애가 불러주는 꿈.

일어나자마자 아내에게 내가 꿈을 꿨는데, 최애가 우리 결혼식 축가를 해줬다며 좋아했다.

아내는 얼마나 간절하면 꿈까지 꾸냐며 웃었지만, 난 왠지 이상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로 진지하게 소속사로 연락해 볼까? 아니면 편지를 써서 퇴근길이 있다면 청첩장과 함께 전달해 줄까?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엔 그냥 기분 좋은 꿈으로 끝나긴 했지만, 아내는 뮤지컬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얼마나 이 배우를 좋아하는지 꼭 꿈얘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최근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우리 최애 보러 가자! 우리 이번에 행사하는데 초청해서 온데!! 미쳤다 미쳤어"

난 뭔 소리야? 지금 한창 공연 중 일 텐데. 했지만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니 진짜였다.

진짜 내 최애가 아내 직장 행사에 초대되어 온다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뮤지컬 배우를 초청해서 행사를 하기도 한다는데, 그중에 딱 나의 최애가 온다니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내 성격 상, 진짜야? 갑자기 안 오는 거 아냐? 몇 번이고 아내를 괴롭히며 확인할 줄 알았는데, 난 의외로 그러지 않았다.

왜였을까? 혹시라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까 봐 그랬을까? 그저 묵묵히 그날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됐다.

생각보다 행사장은 크지 않았고, 젊은 사람이라곤 나와 아내가 거의 유일해 보였다.

앞자리에 앉아서 행사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잠깐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는데, 아마 난 그때 본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옆 블록 쪽에 나의 최애가 와서 앉는 것이다. 정말 다섯 걸음도 안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20만 원 가까운 티켓값을 내고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못 봤었는데 정말로 정말로 말 그대로 내 눈앞에 있었다.

아내만 툭툭 치며 '왔어, 왔어 왔다.' 속삭이며 아내 손만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힐끔힐끔 안 본 척 최애를 보며, 사진 찍고 싶다. 말 걸고 싶다. 아내에게만 계속 속삭일 뿐이었다.


놀랄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처음 최애를 알게 된 공연이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이었는데

이번 행사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수록곡인 '지금 이 순간'을 불러주는 것 아닌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 이건 정말 선물이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노랠 들었다.

나의 최애는 본인의 순서가 끝나고도 내 옆쪽에 앉아서 계속 손뼉 치며, 호응하며 끝까지 행사에 참여했다.

'아 정말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이 내 인생에 또 있을까.'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팬이라고 말이라도 한마디 걸고 싶고,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줄 수 있냐고 거절당하더라도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 다르게 난 계속 괜히 옆을 힐끗거리며 몰래몰래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끝났다. 그리고 난 그 순간까지도 고민했다.

아 말을 걸까? 걸 수 있을까? 나의 맘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아내가 먼저 다가가 배우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줄 수 있으실까요?


나의 최애는 잠깐 머뭇하더니, 웃으며 당연히 찍어드릴 수 있는데 개인소장만 부탁드린다며 너무나 정중하게 말을 건네주었다.

난 그제야 감사합니다. 하며 다가갔고, 배우님은 웃으며

"핸드폰 주시면 제가 셀카로 찍어드릴게요~"

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찰칵! 그 찰나의 순간을 난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회상하며, 또 계속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나의 최애는 끝까지 정중하게 감사합니다. 개인소장만 부탁드려요~ 말했고, 난 지금까지 그 말을 잘 지키고 있다.

이미 사람들에게 이런 난 성덕이라며 자랑했지만, 사진을 따로 공유해주진 않았다.

만나면 보여줄게~ 꼭 보여줄게. 자랑하고 싶어 미치겠는 내 마음을 표현할 뿐이었다.

오버스럽지만 나의 최애와의 약속이니까.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기분 좋게 식사도 했다.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보며 히죽거렸다.

아내는 그렇게 좋냐며, 내 덕분이지? 묻기에 당연히 알지. 알지. 진짜 이건 말도 안 돼! 하며 또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기도했다.

"전 감히 기대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시니 감사하다고."

어떤 이에게는 기분 좋은 우연과 행운이겠지만, 목사인 나에게는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로 다가왔기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난 가끔씩 사진첩을 열어 최애와 찍은 사진을 보곤 한다.

그리고 정말 또 이렇게 가깝게 볼 일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기억이고, 선물이다.

난 그렇게 꿈에 그리던 나의 최애 배우를 십자가 앞에서 주님의 은혜를 통해 만났다.



사실 글을 쓰면서 내 최애가 누군지 밝히고 적고 싶었다.

하지만 종교행사이기도 하고,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우리의 추억으로만 남겨두면 좋겠다는 행사 관계자의 말과 최애의 개인소장 부탁드려요.라는 말에 나의 최애가 누군지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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