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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투덜 Jul 25. 2022

똑똑똑 예술가 (5)

예술가의 기록

2021년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기획된 예술 처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똑똑똑 예술가]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영도에서 새로운 모델 개발로 진행되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 뜻이 있는 예술가와 복지관계자 그리고 연구원들이 모여 사업설명회를 거쳐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가졌지만 당시에는 이 사업의 무게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처음 매칭 된 4인의 어르신과 함께 나의 예술분야인 그림책을 매개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나아가 고립에서 조금이라도 사회와의 고리를 이어나가시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성향도 사연도 제각각인 어르신들은 짜여인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손자를 키우기 위해 다리가 붓도록 일을 하시는 분에게는 팩과 함께 다리를 주물러드리며 그림책을 읽어 드렸고, 무속신앙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드리며 좋아하시는 꽃을 같이 그리고, 매일 산책하시는 어르신과는 산책길에 본 풍경을 그리는 등 그분들의 생활패턴에 맞추면서 회차를 진행하였다. 8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총 6회 2주에 1번의 만남은 조금씩 경계심을 풀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진행하는 예술가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은 사업이었다. 

2차에서는 1차에서 계셨던 한분과 새로운 3분이 매칭 되어 이번에는 그분들의 이야기로 그림책 형식으로 엮어 더미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1차에서의 분들과는 다른 성향의 분들이었다. 조금 더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활동이 가능한 분들이었으며 복지관 등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나의 프로그램도 잘 따라와 주셨다. 함께 외출하는 것도 좋아하셔서 임영웅의 찐 펜이신 진달래님과 데레사 님과는 임영웅 카페에도 가고 식사자리도 만들어 함께 하기도 했다. 단, 다른 이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어 작가들의 작가명처럼 가명을 짓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데레사, 안나, 진달래, 선비 님은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서 [오늘이 봄날이다]라는 어르신들의 그림책이 더미 책 단계에 까지 왔다.

본래 사업은 더미 책 까지였지만 조금 아쉬움 마음에 정식 인쇄물로 출판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여름에서 겨울로 이어진 사업 동안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며 체력의 한계도 느끼고 어르신들의 힘들고 고난스러웠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세월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심적으로 힘든 시기들이 있었다.

지나간 이야기를 구구절절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할 수도 있겠지만, 어르신들의 작은 역사들이 그들을 이해하는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고립에는 앞 선 세월의 연장선에 있다.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셨다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에서 고립을 부정적으로 판단하여 사회적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다른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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