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성장 중입니다
요즘 나는 가끔 달리기를 한다. 가끔이라고 말을 붙인 것은 어쩔 땐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띄엄띄엄 달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달리기를 한다.
아이 등원을 시키고 바로 집 앞 공원으로 걸어 나와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평균 5km 정도를 뛴다.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달리기 어플을 켜고 달리기에 나의 달리기 속도, 거리, 시간, 경로 등이 측정된다.
그중에서 묘하게 내 신경을 거슬리는 것, 달리기 속도.
내 달리기 평균 페이스는 8분대이고, 조금 더 애써 뛰어도 7분 후반대를 기록한다.
몇 달째 그 정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적당한 건가? 싶어서
괜히 검색창에 "여자 달리기 평균 페이스"라고 검색을 해봤다.
정확한 평균데이터는 찾지 못했지만,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6-7분대를 달리는 분들이 보인다.
달리기 인증모임에도 많은 분들이 6-7분대를 달리시는 것 같다.
자꾸만 그 기록이라는 것이, 좀 더 명확하게는 남들과 참 비교하기 좋은 그 숫자가 나를 조바심 나게 만든다. 나보다 달리기를 더 늦게 시작한 사람도 저 정도로 달리는데 난 이거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땐 재빠르게 내 마음에 제동을 걸어 주어야 한다.
나는 왜 달리기라는 운동을 선택한 것인지? 달리기 속도를 높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이런 질문을 내게 툭툭 던져 본다.
내가 달리기를 하고 싶은 이유는 그냥 달리는 시간이 좋아서 이고, 주로 집안에서, 컴퓨터 앞에만 머무르는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좋은 구실이기 때문이다.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운 날도 있지만, 그래도 달리고 나면 느끼는 성취감도 좋다. 달리다 보면 만나는 풍경들도 내 눈을 즐겁게 한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들도 잠 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마음이 힘들 때면 달리기를 찾기도 한다. 지금은 사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래서 달리기를 잘하고 싶을 땐,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남들보다 잘하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 하는 거다."라고
그렇게 오래 지치지 않고, 띄엄띄엄이라도 가늘고 길게 이 운동을 이어가고 싶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이 '수영을 잘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는 본질을 저는 '땀 흘리는 것'으로 정했어요. 저는 수영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상급반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강사에게 잘 보일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집니다.
-여덟 단어, 박웅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