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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Sep 03. 2021

13살이 쓰는 40살 미래일기

두 번째 이야기


먼저 발표한 사람이 다음 발표자를 지목하기로 했다. 동주가 시작을 하고 자연스럽게 서진이가 이어서 한다. 서진이는, 뭐랄까.  남다르다. 2021 1 새해  수업이라  목록을 써보자고 했는데 1번이 일론 머스크 만나보기라고 쓰고, 친구를 인터뷰하고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친구 소개하는 글을   “인생을 살면서 친구는 매우 중요하다. 같이 놀고, 먹고 많은 일을 함께 한다.”라고 써서 놀래키고 평소 수업 태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멋지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서진이도 동주도 어쩌면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도록 자주 선생을 놀래킨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노트북에   사진으로 찍어와 발표를 하고, 다음  메일로 보낸 미래일기를 다시 읽으면서도 놀랍다. 2장을  채운 미래일기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13 남학생이  글일  있을까 싶다. 상상력, 표현력, 문장력이 어우러져 지금 겪은 일을 따끈따끈하게 써낸 것만 같다. 역시 작가가 꿈이라더니, 떡잎부터 다르구나 싶다. “이른 아침 종달새가 나를 침대에서 일으켰다. 창밖에 앉아 아름답게 지저귀는 종달새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잠에서 깨어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유롭게 커피부터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커피를  책상에 들고  마시며 새로 계획 중인 소설책에 관련된 것들을   보았다. (중략) 다음  아침 뉴욕타임스에 과연  인터뷰에 관한 내용이 올라왔을지 궁금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에 관련된 글이  떴다. 수많은 꿈들   하나가 실현된 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서진이 답게 웃음기  빼고, <꿈을 이루었다 생각하고 써보는 40 미래일기> 주제에 오롯이 집중했다.    




상원이는 어벤저스 팀 중 가장 활발하고 쾌활하다. 주저함이 없다. 단체 카톡방을 만든 것도 상원이고, 선생인 나를 초대한 것도 상원이다. 서진이와 동주와 상원이는 어려서부터 친한, 저희들 스스로도 삼총사라 부르는 남다른 관계다. 서진이가 먼저 내 수업에 들어왔고 다음 달에 동주가 들어왔고 그다음 달에 상원이가 들어왔다. 서진이가 적극 권한 덕분이다. 의리 있는 서진이가 이 좋은 수업을 나만 들을 수 없다며 삼총사에게 권했다는 이야기를 두 아이 엄마들로부터 들었다. 친한 친구에게 적극 권하는 수업, 함께 하면서 시너지 나는 수업이라 더불어 행복한 수업 중이다. 역할 모델 이야기하면서 자기 이해가 필수라는 부분에서 자연스레 mbti 성향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도 당당하게 상원이는 i, 내향형이라고 하는 순간 숨겨지지 않는 웃음이 터졌다. 누구보다 상원이를 잘 아는 삼총사 친구들도 손사래를 치며 네가 i일 수 없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득불 상원이는 분명 mbti 검사지에서 i라고 봤다며 강하게 어필하다 집에 가서 검사지를 찾아 카톡으로 공유한 걸 보니 ESFP다. 모두가 그럼 그렇지. 어떻게 네가 내향형일 수 있느냐고 이구동성으로 지탄해도 상원이는 씩씩하다. 웃음이 예쁜 상원이 꿈도 야구선수다. “난 동주와 같이 야구선수의 꿈을 이뤘다. 동주와 같이 자취를 해서 하루하루 재밌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동주는 투수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고, 나는 타자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옛날에는 나와 동주가 응원했지만 지금은 나와 동주가 응원을 받고 있다. 지금은 4번 타자고 후배들도 도와주고 있다. 지금 삶은 너무 좋다. 야구 세계에서 동주가 인기가 더 많다. 왜냐고? 더 잘 생겼거든 ㅋㅋㅋㅋㅋ 서진이는 글 쓴다고 정신이 없다. 그래도 가끔씩 세 명은 만난다. 지금은 다른 소원이 있다. 서진이도 같이 살고 싶다. ” 다가오지 않은 마흔 살에도 삼총사의 우정은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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