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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

프랑스는 나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든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설렌다. 익숙한 것들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될 탄성과 감동이 곳곳에 있음을 알고 있기에 여행을 준비하는 이 기간의 떨림과 아드레달린의 분비는 벌써부터 내가 여행 모드로 돌입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여행을 준비하며 그 곳을 날씨를 체크해 옷가지와 여행 용품들을 넣었다가 빼기도 하고 블로그나 책을 뒤져 박물관이나 관광지의 티켓을 구매한다. 혹시나 모를 핸드폰 분실이나 빳데리 부족이 부르는 참사를 막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멸종(?)한 줄 알았던 프린터 티켓을 하나하나 다 뽑아서 파일에 넣어 준비해둔다. 매번 여행에 필요한 이런저런 물품들을 준비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는데 이렇게 물리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것들 외에도 꼭 갖추고 싶은,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확실히 여행은 평소에는 갖지 못했을 제 3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그리고 나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동안 아무 불평없이 만족하고 살아왔던 나를 다시 가만히 뒤돌아 보게 해 준다. 큰 불만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잘 살아 왔다는 긍정적인 표현일 수도 있으나 그저 살던대로 변화없이 잔잔하고 심심하게 살았왔다고 해석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터줏대감으로 있었던 comfort zone에서 벗어나 그 자리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동안 안보이던게 보이게 된다. 


정말 원하던 여행지로 떠나려고 하면 하고 싶은게 많이 생긴다. 평소에는 그다지 갖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 않았는데, 여행을 떠나면 휴식은 커녕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흡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맛집도 가 보고 싶고, 유명 관광지에서의 스팟도 찍으며 클리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다가도 현지인들만이 아는 곳을 수소문해 남들과는 다른 여행의 향취를 느껴보고자 하는 일반적인 것도 특별한 것을 둘 다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여행을 번잡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몇 년 동안 유럽 여행을 다니며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로 여러 사람들과 여러 여행지들을 경험을 하다보디 이제는 나의 스타일에 맞게 일정을 짜는 방법,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곳과 느슨하게 해야 할 곳이 구별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여행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생기는 시점이다. 그저 여행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고 그 여행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끔 당시의 정서와 기분을 잡아두고 다시 이를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여행지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 나의 재능 밖의 일이 하고 싶어 졌다...ㅜ




나는 미술에는 젬뱅이다. 그렇다고 아예 관심이 없는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미술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엄마를 쫄라서 몇 달간 다녔던 기억도 있고, 한창 만화책에 빠져있을 시절 만화가에게 팬레터를 보내거나 혼자 만화를 그려 보며 예술가들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수줍게 고백한다. 하지만 다행히 그 나이에도 이성적인 판단능력과 식견은 있었던지라 나에게 그런 재능이 없음을 냉정하게 깨닫고 발길을 끊었던... 그 때의 좌절이 여렴풋이 기억나는 도다..ㅎ 


그런데 지금 30대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불연듯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여행지를 다니며 무수히 찍은 사진들, 동영상들... 모두 귀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테지만 그 때의 감정과 여행의 찰나를 좀 더 진하게 남기기에는 부족하다. 사진을 찍으며 그 장면과 찰나는 4000화소 이상으로 매우 선명하고 뚜렷하게 기록된다. 사진을 찍으며 미처 몰랐던 광경까지 상황의 디테일까지 그 사진 한장에 모두 담겨있고 심지어 그런 사진을 마음만 먹으면 몇 십장도 찍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의 감동들, 이를 테면 처음 맛보는 세계에 대한 환희와 이 공간에 들어와 직접 호흡하며 느낄 수 있다는 벅참까지 담기는 역부족이다.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을 끼고 찬란하게 빛나는 야경, 두부르티크의 성벽에서 타는 듯한 뜨거움을 느끼면서도 코발트 빛으로 유유히 이를 끼고 도는 아드리아해의 시원함, 온통 보라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마음까지 숙연하게 만들어 주는 바람에 유유히 흔들리며 향기를 흩뿌려주는 라벤터 꽃밭... 당시의 감정과 느낌은 사진 한장(그것마저도 요즘에는 핸드폰 안에 갇힌 신세지만...)에 갇여 '여행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뿐 내가 느꼈던 여행의 느낌과 울 것 같던 그 감격까지 '저장'하기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최첨단 테크놀로지도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로는 시간에 쫓기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두번 다시는 직접 볼 수 없을 그 소중한 광경을 눈에 담을 틈도 없이 그저 강박처럼 손꾸락이 꼼지락거리는 대로 사진을 찍어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 눈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으니 일단 찍고보자로 열심히 핸드폰 셔터를 누르지만 그 때의 감정과 기분을 느낄 여유없이 담아냈기에 대상 풍경 이외에 그 공간에 있었던 나의 상태가 느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쉽다 아쉽다. 그 곳에서의 나를 담아 내기엔 누구나 찍는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답답함을 해소할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길을 가다가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가 들리면 홀연히 그 때의 감정과 기억이 떠올라 나도몰래 미소짓게 되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자 청각의 능력이다. 내가 좋아하던 아이가 쓰던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의 미소와 추억들이 살포기 기억이 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하며 혼자만의 안부를 되내이며 추억 한 칸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 후각의 위대함이다. 사진으로는 여행의 기억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면 여행을 하는 물리적인 시간과 손끝의 느낌과 감정을 뚝 잘라내에 한 곳에 담은 것이 드로잉이다. 


* '여행스케치'로 검색한 designerchloe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작품

* '여행스케치'로 검색한 vectorgoods 저작권이 있는 작품



미술은 예술은 전문가들,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까지만 내가 범접할 수 있는 범위일 뿐 그 영역을 시도하는 것은 '예술을 모독하는 행위'(혼자 거창..)라는 자기합리화로 창조, 창의적인 예술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미술관을 다니며 유명한 작가들부터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세상에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나의 열망에 의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그림을 자유롭게 그렸던 천재들과 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세기의 작품들도 그림이지만 마을 장터에 파는 단돈 15유로에 파는 유화나 관광지에서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며 정성스레 자신의 사인을 적어주는 아마추어 작가들까지 모두 그림이라는 한 테마안에 묶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허접한 실력으로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미술이라는 장르에 누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의기 소심한 내가 소극적이다 못해 나의 못남을 너무나 과대하게 부풀려 남들은 신경도 안쓰는 스스로의 벽을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일께다. 설사 내 실력이 뛰어나서 주변에서 칭찬을 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해도 미술이라는 영역에 미치는 영향, 내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주의 티클만큼에도 비준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첫 시작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시작은 나의 삶과 일상 전반을 바라보는 태도와 내가 느끼는 대상에 대한 감정과 이성 사이를 바라보는 간극에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손놀림에서 나오는 엉망진창 그림 실력은 나에게 창피함과 쑥스러움을 안겨 주겠지만 인내와 성취와 뿌듯함을 안겨 줄 지도 모를 일이다. 남에게 보여 줄 수 없는 그 종잇조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담아내고 픈 나의 노력과 손길과 시간을 그대로 간직해 줄거니까... 



나의 장점 한 가지 뜬금없이 언습하자면 나는 시작은 잘하는 편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인터넷 서점에서 드로잉 책을 구매하고, 강의를 들어볼까 설레이는 기분을 또 만끽하고 앉아있다. 상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브런치 북이 혹시나 발간되었을 나의 드로잉이 함께 들어가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당시 여행지를 마음에 답기 위한 나의 드로잉과 그 이후로 꾸준히 연마한 드로잉 실력을 담고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되살리며 업그레이드된 드로잉 실력으로 탄생된 작품을 비교하면 재미있겠다. 지금 초보시절에만 풋내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기대되는 일 아닌가. 그리고 후에 같은 테마 같은 대상을 드로잉 하면 여행 감정이 다시 복귀가 된다면 어쩌면 여행을 간직하는 방법으로 사진 이외의 그림이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지 몰라!! 그때의 소리를 녹음까지 한다면, 사진으로 남기는 보다 때를 촉각과 시각에 청각을 더해 또 다시 여행을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선그리고 그림을 그렸던 공기와 주변의 소리를 담아서 다시 들어보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 선명해지지 않을까... 시작해보고 싶다 나의 프로젝트. 한번 여행다녀 오고 다시금 느껴 있는 여행을 만들어 보자. 프랑스가 그 첫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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