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니기리상 Sep 23. 2021

자, 그럼 누가 먼저 물꼬를 틀어볼까요.

관계. 30일 에세이 스물한 번째.

 

 관계의 형태는 참으로 다양하고, 그 중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는 참으로 어렵고 오묘하다. 관계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오랜 세월 풍파를 함께 견뎌온 인연, 짧게 스쳐도 온기가 오래 남는 인연,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도 마음이 계속 연결되어있는 사람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인연들처럼 긍정적인 관계들도 많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 나의 가치관과 끊임없이 엇나가던 사람, 대화를 나눌수록 오해만 늘어가던 관계 등 안타까운 관계들도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관계들이 가족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경우에는 해결을 향한 실마리가 점점  꼬여가는  같다. 생판 모르는 남이라면 엉킨 실타래를 가위로 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가족의 경우는 사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이상 대부분  끈을 놓아버리기가  어렵다. 세상은 바뀌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아직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관계보다 ‘핏줄이 당기는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관계를 가족이라고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한마디로 고통받다가 결국 ‘원래  그러고 살았던 옛날 사람 되고 만다. 오랜 세월 어려움을 함께 견뎌온 인연이니까 잘살아 보자, 라는 말이겠지만 자칫하다간 오랜 세월 서로를 견뎌오며 힘들어진 관계가 되기도 한다. 침묵 속에 쌓이는 시간 속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서로에 대한 오해는 더욱더 깊어져간다.


 하지만 대화로 단절된 관계는 단순하게도 어느 한쪽이 물꼬를 트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지 않을까. 누군가는 먼저 마음을 열 용기, 서로의 마음속 정답은 다르겠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늙은 부모는 다 큰 자식의 마음속 어린아이를 다시 한번 안아주고, 나이 든 자식은 오랜 세월 힘들었을 엄마의 마음을 보듬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형제자매에게 한 번쯤 누군가는 먼저 수화기를 들어 안부를 전할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 전쟁을 끝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