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30일 에세이 스물여덟 번째.
10대에는 글쓰기에 대한 매력을 전혀 몰랐지만, 일기를 쓰는 것은 너무나 좋아했다. 그날의 다양한 감정들을 일기에 적으면, 그 빈 종이는 묵묵하게 나를 품어주었다. 늦은 사춘기를 겪었던 20대에는 주체할 수 없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을 담아 여기저기에 짧은 글들을 써댔다. 그리고 30대가 되어서야 글쓰기에 재미를 느꼈는데, 그것은 누군가와 드문드문 주고받던 이메일 덕분이었다. 나의 문장은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되어 날생선처럼 퍼덕였지만, 답장은 늘 정성스럽고 감성적이며 매력적인 문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느새 동화되었고 점차 가다듬어졌다.
그제야 본격적으로 나와 주변의 세상에 대한 다듬어진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수록 ‘제대로 된 글을 써보지도 않은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 글쓰기도 근육을 길러야 했다. 그러기 위해 매일의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모든 타이틀은 직업으로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여겨왔기에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작가님’은 고유한 예술적 감성을 글이나 그림 같은 작품으로 탄생 시켜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호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쓰고 누군가가 내 글을 볼 수 있는 공간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공간 안에서 ‘작가님’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작가’라는 단어도 생소한데 심지어 ‘님’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독립출판이나 전자책, 더 작게는 나만의 책 만들기를 위한 셀프인쇄와 제본 등등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내 글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작가님’이 될 기회가 많아졌다. 단지 자신의 만족을 향할 뿐이어도 다양한 타이틀이 자유롭게 부여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느새 나를 향한 나의 시선이 결국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위치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요 며칠간 얻은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참 마음이 간지러웠고, 아주 조금이지만 자신감도 생겼다. 즐겁고 따뜻한 세상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