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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기리상 Oct 01. 2021

기대로 상처주지 않길 기대한다.

기대. 30일 에세이 스물아홉 번째.


 한 살 터울의 남동생과의 관계는 참 어려웠다. 어렸을 때는 많이 싸웠지만, 가끔 나를 업어주는 살가운 아이이기도, 장난꾸러기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동생은 선뜻 마음을 주진 않더라도 하나를 주면 열 개를 돌려주는 아이였다. 공부를 월등히 잘하고 흥도 많은 아이여서 우리 집 최고의 기대주였다. 같은 집, 같은 처지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자라왔지만, 우리는 꽤 달랐다. 10대의 우리는 계속 엄마 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관계였다. 20대의 동생은 장학금을 받으려 필사적으로 공부하던 나를 보며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산다고 부러워했고,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 과외로 돈을 벌던 동생이 부러웠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동생은 공부하기를 힘들어했다. 동생에 대한 질투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기에, 나는 항상 냉정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동생은 나와 아버지의 병원비를 선뜻 내어놓고, 유학 가서 고생하던 내게 한달음에 달려와 주변 정리를 도왔다. 남들이 유쾌하다던 누나 그림이 자기는 너무 슬프다며 눈물짓기도 했고, 내가 엄마와 갈등할  항상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을  탐탁지 않아 했던 나는, 믿고 지켜봐 주면  되겠냐고 펑펑 울던 동생에게 끝내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맴돌기만 하던 동생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동생이 어느 날 나를 찾아와 ‘나는 누나의 곁이 너무 어려웠어.’ 하고 먼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기대에 강요당하던 동생은 남몰래 곪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용기 내 손을 내민다. 너무나 미안했다. 한 번쯤은 내가 먼저여도 좋았을 이 관계를 이렇게나 멀리 끌고 와버렸다. 굽이치던 감정은 희미해지고 관계만 남은 지금이라도, 다시 이 아이를 보듬어준다면 내일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을까. 흩어진 우리를 보는 엄마가 외로웠던 만큼, 동생은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미웠고 고마웠고 슬펐고 미안했던 묵은 감정들이 뜨겁게 녹아내려 밀려드는 밤이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yror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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