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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Dec 17. 2021

가끔 잠수 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은 살면서 작거나 크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가까운 사람에게서나 모르는 타인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에 부딪치는 감정들이 얽히다 보면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받게 된다. 그중에서 가족 간의 관계는 제일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로 가깝기에 감정을 내보이기 쉽고, 기대도 하게 돼서 실망도 하게 되나 보다.  부모 자식의 관계도 사람의 인성에, 혹은 인생에 꽤나 영향이 크다.


  어느 드라마 대사였는지 '어릴 적 속 썩이는 자식은 커서도 속 썩인다'는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어쩌란 말인가 하는 걱정 반과 은근히 맞는 말 아냐라는 긍정 반 때문이다.  딸은 어릴 때부터 아파서 지금까지 케어를 해야 하고, 아들은 공부를 안 해 속 썩이더니 결혼한대서 이제 벗어나나 보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착각". 자식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인 것인가????


    아들은 결혼생활이 몹시 힘든 시기다.  자신과 다른 아내와 맞추랴, 일하고 와 아기 돌보랴, 아내가 일 하러 가면 빨래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여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감당해야 하니 거의 멘붕 수준인 거 같았다. 아들 선배가 '다시 군대 왔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고 해서 웃음이 났는데 엄마인 난 또 짠했다. 함께 일하고 살림, 육아하려면 힘드니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일주일에 하루 손주를 봐주고 먹을거리도 나르고 헸다. 그런데 아들 부부는 의견 차이가 큰 것인지 대소사가 있을 때 트러블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른 게 당연한데 그걸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과정이 안 되는 건지 어려운 건지. 자세한 내용이야 내가 다 알 수 없으나 옆에서 지켜보는 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손주를 봐주다 보니 알게 되어지고 최대한 모른 척 하지만 내 마음속은 불편하다.

 


  곰살맞게 구는 아들은 아니라 아들에 거는 기대도 많지 않다. 아들은 손님이라 하지 않던가... 그저 군소리 없이 알콩달콩 살아주면 땡큐다. 이쁜 손주 재롱 보고 웃게 해 주니 효도한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싸운 것인지 내게 안 하던 말을 뱉고 갈 때 마음이 무너졌다.

 멀리 떨어져 살던지 왕래 안 하고 가끔 보면 이런저런 거 다 몰라 속 편하겠지만 이쁜 손주는 못 보겠지... 그래서 참지만, 그 순간은 사실 내 자식이라도 꼴도 보기 싫어졌다. 내가 자식을 저렇게 키웠나 싶고 도무지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너무 참아 주기만 했던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는지 나 자신에 대해 멘붕이 몰려왔다. 

사람은 그래도 하던 대로 하는 게 쉬운가 보다. 어디론가 휙 떠나 잠수 타고 싶었다. 내 마음은 백번 천 번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뭔가 발목을 잡는다. 그래 봐야 뭐하니? 갈 데는 있고? 돈만 쓴다니까? 그런다고 속이 후련해지니? 또 하나의 내가 외친다. 에~~~ 휴 결국 밥솥을 앉히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둘이 손주를 보며 '금쪽같은 내 새끼' TV프로를 보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의 문제들이 나오고 정신과 의사가 상담해주는 내용인데 아들도 가끔 보나 보다. 그 내용에 대해 말하길래 지나가는 말처럼, 속으론 너 새겨들어하면서 "나도 내 아들 때문에 마음 많이 아팠는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들도 생각을 했는지 조금 지나서 "엄마. 미안해 내가 부족해서... 그리고 고마워요"라고 한다. 그래 아들아, 잘못 한건 바로 사과하고 고마운 것도 그때 그때 표현해야 해.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해지고 체증이 내려간다. 


  관계 속에서 맺히고 얽힌 것 들은 풀어 나가야 한다. 그 상처가 어떤 것 아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힘든 감정을 짊어지고 사는 것 또한 너무 어렵다. 나 또한 그걸 늦게 깨달았고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거 같아 후회가 됐다. 그거 살기에 급급 했던 걸까....


  요즘 젊은 가정은 예전과 또 다른 그들의 어려움이 있다. 집 문제, 육아, 직장 등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 누리고 싶은 것도 많고 생활은 이래저래 빡빡하고 그래서 3포 세대라고도 한다. 결혼, 육아.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 그 힘든 걸 선택한 아들 부부의 용기를 응원해 주고 기특하게 생각했다. 부디 끝까지 가정을 잘 지키고 견뎌 내고 둘의 축복 아었던 생명을 잘 키우길 바라고 기도한다. 그때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살면서 더 어려운 일들이 있어도 한 마음으로 사랑으로 이겨나가길~.


  비 오면 짚신 장사 아들 걱정, 날이 개면 우산 장사 아들 걱정.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옛 말이 어찌 이리 틀린 게 없을까 요즘 새삼 뼈 저리게 느낀다. 어릴 땐 어이구 또 저런 소리 했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겨우 둘 가지고도 이러니  자식 열이었던 우리 시어머님은 어떠셨을지 감히 상상도 안된다.

걱정은 마음에 근심 한 자락을 더 얹을 뿐이다. 자식은 결국 자식의 삶을 사는 것일 텐데 부모는 백 살이 돼도 칠십 아들 걱정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자식 나이가 30이 넘으면 지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라고. 누구신지 명언을 하신 거다. 자식은 끊어지는 관계가 아니기에  죽을 때까지 마음이 쓰이는 걸 테지....


   살면서 어디론가 훅 잠수 타고 싶은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으리. 더 이상 겪지 않기를 소망한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일 그렇게 살고 싶다. 더구나 다른 이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들이든 딸이든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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