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년째, 일본인과 결혼해 남편의 성을 패밀리네임으로 + 내 한국이름을 쓰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자면, “국적은 어디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일본인들에게도.
젊은 세대보다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께 더 많이.
귀화를 했느냐,라는 뜻인데,
돌아보면 묘한 뉘앙스를 품은 듯 느껴지던 때도 있었던 듯하다. 너는 ‘결국‘ 어느 쪽 사람이냐, 를 캐묻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한국이죠. “라고 칼대답을 해 왔지만, 사실, 첫아이를 낳고 모성의 미췬! 아우라를 뿜뿜 내뿜고 다니던 시절에는 이런 생각까지도 했다.
혹여라도 내 아이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데 만에 하나라도, 내 국적이 불리함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귀화를 할 수도 있다고. 그깟 국적 따위, 뭐 대수라고.
그로부터 13년이 더 지난 지금, 요즘 같은 범지구적인 시대에 엄마의 국적이 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일 따위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사실 내 마음은 좀 변했다.
아들아, 살아가며 혹여라도 엄마의 국적이 불리함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만약에라도 온다면,
걍 니가 좀 참아라…
국적을 포기하느니.. 걍 에미를 버려라. (웃음)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이 무슨, 머리를 자르느니 차라리 목을 치시오와 같은 촌빨 날리는 발언이냐 묻는다면,
저.. M세대인데요’,라고 우겨보는 40대 아줌마사람에게도 사실, 누군가를 경험함에 있어 그의 국적이 어디인지는 더 이상 예전만큼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핵개인의 시대에 국적은 개인의 선택사항에 가깝다. 정체성에는 얼마든지 살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과 삶의 방식은 당연히 존중받을 수 있다.
대단한 애국심이 있다거나 특별한 민족적 애착이 있어 멋있는 말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내 대답은 심플하다.
난, 내가 태어난 내 나라의 내 뿌리가 좋다.
자랑스럽다거나 하는 것과는 또 결이 다른 문제이다. 그냥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살을 붙여온 나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싶은 것뿐이다.
뭐, 그냥 그렇다고.
어쩌면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40은 아직 젊잖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