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32
나는 난생처음으로 초근접에서 접하는 이 고양이란 생명체들을 거실의 한 켠에서 조용히 관찰해 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거실 구석에서 찌그러져 이들의 눈치를 본 것 같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들이 하는 짓은 인간인지, 동물인지, 액체인지 모를 행위의 연속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아크로바틱 한 몸동작과 시도 때도 없이 잠만 퍼 자는 척하면서 온갖 물건은 다 쏟아놓는 '우다다'가 4마리가 교대근무라도 하듯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 같은 범인(凡人)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왜?’를 남발하게 하는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었다.
내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이들의 습성은 몰래 내 곁으로 다가와 꼬리로 다리를 쓰다듬는 행위였다. 나중에서야 고양이의 이 행위는 친근감표시란 사실을 알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이들에게 친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행위를 당한 탓에 깜짝 놀라 물 잔을 두 번인가 깨뜨리고 나서는 플라스틱컵만 사용했다.
나도, 그리고 이들도 서로 첫 만남이니 당연히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나를 견제하는 듯했으나 다행히도 거칠지는 않았다.
일단 잠은 자야 하니 침실만큼은 고양이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흩날리는 털들을 최대한 깨끗이 청소를 한 뒤 잠을 청했다.
이상하게도 그날 따라 유독 꿈자리가 사나웠다. 기억나진 않았지만 굉장히 불쾌하고도 불편한 꿈자리였다. 문득 잠에서 깬 나는 온몸 구석구석을 한순간에 바늘로 찔린 것처럼 소름이 돋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내가 잠든 사이 네 마리의 고양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내 머리 주변을 둘러싸 앉아서 안광을 밝히며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던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나에겐 고양이는 한순간에 친숙한 외래동물의 이미지에서 순식간에 피라냐나 코모도 같은 이질적이 위험한 존재로 머릿속에 각인됐다. 그 사건 이후 이따금씩 다른 고양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들과 나는 그다지 가까워지는 일은 없었다.
아직도 녀석들의 퍼렇게 빛나던 안광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