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34
입양의 과정부터 파양의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 모든 과정은 놀랍게도 불과 4일만에 이뤄졌다.
아기 고양이들의 보호자는 유선상으로 나에게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곤 그날부터 집으로 데려오기바로 직전까지 열심히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주며 건강상태를 확인시켜줬다. 흰색에 갈색이 섞인 라떼빛깔의 남자아이 둘 이었다. 한 녀석은 흰색이 좀더 많았고, 다른 한 녀석은 갈색이 좀 더 많았다. 사진속의 녀석들은 작디작았다. 손바닥 하나에 두마리가 다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너무 작아서 스타벅스 머그잔에도 들어갈 정도였다.
고양이는 생후 1개월이 지나서야 어미와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지난 3월의 어느 일요일, 나는 남양주의 어딘가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보호자와 만나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들었다. 고양이를 잠깐 맡아본적은 있지만(개냥이를 부탁해-고양이01,02참조) 직접 키워본적은 없었기 때문에 귀기울여 들어야할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연거푸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야했다. 이게 정말 그리도 고마운 일인가. 보호자의 인사때문이라도 미안할 일은 절대 만들지 말아야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 차안에서 울려퍼지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인간아이 내지는 병아리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때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울음소리를 매일 들어야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울음소리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신경써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집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나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담겨온 숨숨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듯 하더니 방안의 가장 후미지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기어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사람에 대한 경계보다 공간에 대한 경계가 더 심하다는 얘길 책에서 본게 기억이 났다.
사료는 보호자가 이야기해준대로 생 후 개월 수에 따라 다른 종류의 사료를 먹여야했다. 어미젖을 떼며 먹기 시작한 물에 불린 이유식 같은 사료를 한동안 먹여야했다. 그래서 그대로 해줬더니 내가 안보고 있는 다는 걸 확인한 뒤에서야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의 이름이 없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음식으로 이름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했다. 흰색에 갈색이 섞인 고양이. 갈색이 많은 아이는 위스키, 좀 적은 아이는 브랜디로 불렀다. 적어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본인들의 이름을 알아듣긴 할까? 주인은 알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