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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31. 2024

가난한 나라에 비만이 더 많다

경제와 비만

동네 골목마다 보이는 게 헬스클럽이고 헤어숍이다.
그만큼 외모를 가꾸는 것은 현대인의 생활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헬스클럽을 20년이 훨씬 넘게 다닌 필자는 이제는 시간대 별로 이용하는 고객의 나이도  수 있다.
대부분 새벽에는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고 가끔 쉬는 날 평일 오전에 헬스장에 가면 엄마들로 북적이는데 운동을 하러 왔는지 친목 모임인지 구별이 안 되는 날이 많다.
오후에는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많고 저녁 시간이나 늦은 밤에는 퇴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시대여서 TV에서 방송하는 의학 관련 프로그램은 채널만 돌리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건강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몸에 좋다는 음식이 전파를 타면 흔하고 싸디 싼 식품이 갑자기 고가상품으로 둔갑하는 게 우리나라 실정이고 보약 문화의 역사가 깊은 까닭에  몸에 좋다면 비싼 값을 치르고 해외에서 수입을 해서라도 먹어야 하는 게 한국 사람이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네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식생활이고 라이프 스타일의 향상으로 같은 음식도 조리하는 상태에 따라 영양을 따지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GNP 상승으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고 이제는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더 좋은지 어느 정도의 상식은 전 국민에게 각인된 시대가 되었다.
명절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향에서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그대로 버린 음식들이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게 되는데 중년이 넘은 시청자와 젊은 시청자의  평가가 나뉘는 현상을 보게 된다.
중년이 넘은 사람은 저런 못된 놈들이 있냐고 한탄하는 반면 먹지도 않을 기름에 부친 음식들을 버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젊은 층도 이외로 많은 것이 오늘날이다.
그만큼 섭생이 중요성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갈수록 상승하는 게 당연한 문화이고 TV에선 끼니를 잇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를 돕자는 광고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프 스타일이 상승하면 중산층은 당연히 증가할 것 같지만 오늘날의 경제는 변화의 추이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전에는 경제의 주역인 중산층의 나이가 당연히 40대 이상의 중년이었으며 100세 시대에 따라 과거 사회를 지탱했던 중년은 건강한 60고개를 넘고 점차 건강한 노년층도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의 경제는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늘어나면서 제조업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추세가 선진국마다 일어나고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노동자의 구성비율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OECD 가입국에서는 동일한 현상이다.

해마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하던 연례행사가 주춤하는 실태는 소수의 정예 인력으로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에 맞는 고급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인사정책을 한다는 것이고 그에 비해 노동자의 수요와 숫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세계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는 기업마다 감축을 하면 하지 사원을 더 뽑을 돈은 없다는 CEO목소리가 글로벌 기업들 공통된 처지이다.
당연히 인구밀도는 50대에 퇴직을 한 중년과 60대 이후는 늘고 있지만 정작 사회의 일꾼이었던 50대 후반의 인구는 점차 일선에서 멀어지는데 그 중년들의 자리는 젊은 두뇌로 대체되는 추세가 지금 자본주의  경제의 변화라는 것이다.
당연히 중년 이상의 인구는 늘고 있지만 일하던 중년층은 연금으로 생활하거나 단순 노동자로 내려가는 반면 과거 국가 경제의 주역인 세금을 많이 내던 인구는 급속하게 감소했다는 것으로 돈 버는 중산층의 감소 현상은 세계 선진국과 같은 비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 없는 중산층이 갈수록 저소득층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며 돈 버는 인력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고소득층은 점차 늘고 있지만 숫자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인구 비율은 OECD 회원국의 특징이다. 

가난한 인구가 증가하면 앵겔지수가 높은 국민은 늘어나고 먹고살기 급급한 사람들은 값싼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영양을 따져 섭생을 할 수 없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의 비만률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이런 사정은 오늘날 경제 구조에서 비만이 급증하는 원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저소득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미국 뉴욕의 흑인들이 밀집해 사는 할렘과 남미 사람들이 많이 사는 코로나 지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년 영국 마트에서도 채소가 품귀 현상을 보였듯 갈수록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싱싱한 식재료를 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값싼 정크푸드를 먹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과다 지방과 트랜스 지방의 섭취가 늘면 비만 인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값싼 편의점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경향이 일반화되었고 엄마, 아빠가 돈을 버는 가정에서 홀로 크는 자녀는 제대로 된 보다는 입맛에 익숙한 정크푸드로 점심을 먹는다.

겉으론 날씬해 보여도 팔다리는 가늘고 뱃살만 찌는 불균형한 몸매의 청소년들도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은 어느새 서구 선진국의 폐단마저 이젠 익숙한 한국의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TV를 보면 젊은 시절 한창때의 여배우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어떤 배우는 젊은 전성기 때 보다 중년의 나이에도 빛나는 미모를 아직도 자랑하는 스타가 있다.

아이를 두셋이나 낳고 살림만 하던 과거의 스타가 아직도 날씬하고 고운 피부를 자랑하는 이유는 건전한 생활과 함께 마음이 편한 까닭이 가장 크겠지만 스스로 피부 관리와 체중 관리를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가끔 과거 스타들의 일상을 방송하는 의학 프로그램을 보면 음식 관리와 운동을 지나칠 정도로 하는 연예인이 많다.

반면 연기를 그만둔 후 사업에 실패하거나 잦은 음주와 잘못된 식습관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사는 옛날의 스타들의 차이는 두 가지밖에 없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섭생과 운동을 철저히 하는 스타는 남자든 여자든 나이에 맞는 중후하고 고상한 모를 갖게 되지만 열약한 환경에서 좋은 섭생과 운동을 하고  먹고살 걱정으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린  배우들은 나이 보다 더 늙는 것은 당연한 차이이다.

이런 차이는 비단 스타나 연예인들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가끔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 실직을 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마음고생만큼이나 몸도 많이 상한다.

거리에서나 마트에서 잘 나가던 지인이 눈길을 피하며 도망치듯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결같이 그들은 외모가 놀라보게 달라지고 초췌한 모습이거나 놀랄 만큼 살이 쪄서 비만해진 모습을 보게 된다.

우선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건강과 외모를 신경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여유가 있어야 피부과학으로 인정받은 영양 크림도 바를 수 있고 헬스클럽도 매일매일 일과로 다닐 수 있으며 몸에 좋다는 제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상인 여가 생활도 가능한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노화가 빨리 오고 살이 찌는 것은 21세기 세계가 겪는 스트레스성  비만이다.

즉 섭생과 운동 부족은 부지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고 먹고살 걱정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가장 손쉬운 방법인 먹는 즐거움으로 푸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값비싼 고가의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치는 법인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저렴한 가격의 가공식품들은 장기간 보관과 유통을 위해 방부제는 물론 화학 첨가물이 다량으로 함유되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달고 짠 양념을 주로 하며 맛을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 이노신산(inosinic acid)라는 화학물질을 반드시 첨가한다.

2015년 맥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글로벌 비용은 연간 2조 달러(한화 약 2023조 원)로 추산했으며 알코올 1조 4000 달러,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비용 1조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 했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만성 질환으로 2035년에 드는 글로벌 비용은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몸에 나쁜 값싼 가공식품을 주식으로 먹는 저소득층은 몸은 비만하지만 영양은 결핍되는 건강의 이중 부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024년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셋(The lanset)은 빈곤 국가일수록 비만과 영양실조가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으며 초가공식품과 운동 부족이 비만율과 영양실조 발생률에 함께 기여한다고 지적했고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곤국의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프란체스코 프란차 박사는 인간이 새로운 영양 현실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며 예전에는 가난한 나라에는 영양실조가 고소득 국가에는 비만이 많았지만 이제는 특정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이러한 영양 현실의 원인을 음식 시스템이라 판단했다.

프란카 박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음식 생산, 가공 유통, 소비, 폐기 등 전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모든 관련 정책과 투자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국민들은 값싸고 푸짐하며 열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의 초고도 비만률은 최상위 계층의 3.5배가 된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만관리 대책위원회'에서 최근에 발표했다.

빈민국의 영양실조와 비만이 함께  나타나는 21세기의 영양현실은 세계 각국의 빈민층도 겪을 수밖에 없는 지구촌의 모습이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정크푸드를 먹어야 하는 아프리카 빈민층에게 국제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한다 해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도움은 전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아프리카 넓은 대륙에서 단 5%의 토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자연조건을 감안하면  값싼 인스턴트 음식을 사기 위해 그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도 한국도 저소득층이 정크푸드를 먹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고된 노동에 시달린 저소득층은 TV를 보며 먹는 행복으로 하루를 달래고 배부르고 피곤한 상태에서는 운동할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다.
한국인의 대표 야식인 치킨과 족발을 대부분 불러 먹는데 프랜차이즈 유명한 치킨이나 족발 보다 저렴한 동네 음식은 가격 부담이 없어서 하루 걸러 자주 먹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함께 마시는 맥주나 소주를 곁들이면 살찔 수밖에 없는 푸짐한 고열량 저녁이 된다.
그리고 먹방이 대세인 한국방송 프로그램이 견물생심으로 입맛을 자극하면 늦은 밤 다시 야식을 불러먹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피곤해서 운동할 여력은 없고 허기가 지면 과식과 폭식으로 이어지는 그릇된 저녁 식습관은 비만으로 진행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요즘 맥도널드에서 점심식사를 하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어르신들이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실은 이미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해장국 한 그릇에 비하면 맥도널드 런치 스페셜은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21세기 한국에서 실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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