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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Jan 08. 2024

해맞이


내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 수년간 새해 일출을 보러 가자는 지인의 꼬심에도 굳건히 휴일의 늦잠을 택했던 나, 하지만 지인의 칠전팔기와도 같은 권유와 더불어 영상을 웃도는 일기예보 덕에 마침내 새해 일출을 향한 발걸음을 띄게 된 것이다.


등산을 위해 집결한 우리. 난 우선 일출을 보러 온 수많은 인파에 놀랐다. 이리 많은 사람들이, 이리도 이른 시간부터, 이렇게나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구나. 예상치 못한 어둠 속 활기에 이질감을 느낌과 동시에 행사장에 온 것만 같은 들썩임이 일었다. 


일행이 모두 모임과 동시에 호기롭게 출발한 나는 전날 내린 눈으로 난이도가 상승한 산에 기가 죽었다. 이는 산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욕지거리로 추측하건데 산의 험난함에 고생하는 게 나 뿐만은 아니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겨운 사투 끝에 도달한 정상엔 나의 너절한 체력을 비웃듯 이미 꽉꽉 들어찬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와우... 매년 새해 첫해를 위해 이 산을 찾는 지인의 말로는 코로나의 종결로 인해 유독 많은 이들이 찾은 것 같다 말했다. 


N회차 경력직의 지인 덕에 해가 뜨는 방향을 향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잠깐의 수다 시간을 이후 드디어 빨간 해가 능선을 타고 넘어오기 시작했다. 우와! 삐죽 튀어나온 해의 머리 끄트머리는 강렬한 빛을 발산했고 그 붉은 기운에 닿은 사람 모두는 감탄을 내질렀다. 


우와!! 나 역시 붉은 빛줄기에 도파민이 폭발하듯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도 불구하고 2024년의 첫해는 영롱한 그 동그란 자태를 온전히 선보였다. 하늘을 점령한 수많은 구름떼가 손톱만한 해의 기에 질려 도망가듯,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제야 난 해맞이를 하러 오는 이유를 알았다. 차가운 공기, 벌떡이는 심장, 이 붉은 기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다 죽었어! 아주 그냥 내가 올해 큰일을 저지를 테다! 환각에 취하듯 몽롱한 희망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래! 이 맛에 해맞이를 오는구나. 그래. 이 기분이다. 새해 첫날에 이런 기운을 받으면 적어도 작년보다 조금은 나은 새해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비록 이른 새벽 기상으로 집에 돌아와 다시 잠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지만, 요즘 드물게 느낀 희망감이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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