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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Jul 16. 2024

한 줄기 빛마저 사라진 세상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매장의 사장님은 매주 월요일 로또를 샀다. 당시 패기로 똘똘 뭉쳐있던 나는 ‘로또 따위에 나의 인생을 의지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로또 살 돈도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로 로또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사장님에게 되지도 않는 로또를 왜 사느냐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꼭 1등을 해서 큰 돈을 만지려는 욕심이 아니라, 그저 1주일간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산다고 했다.

그렇구나. ‘그런 이유라면 훨씬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네’하며 수긍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대학생의 나는 어느덧 길을 지나다가 로또 가게가 보이고 지갑에 현금이 있다면 자연스레 입장하며 “자동 5천 원”을 외치는 사람이 되었다. 게다가 옛 사장님처럼 그저 1주일간의 기대와 희망의 두근거림 따윈 없는, “진짜 제발 한 번만 터져라!”하는 욕심 그득한 현세에 찌든 어른의 마음으로 로또를 산다.

나이를 좀 먹어보니, 세상을 좀 굴러보니 알겠다. 그 시절 그 사장님은 그래도 꽤나 여유로운 마음의 소유자였단 걸. 정말 이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 번개를 두 번 처맞는 확률의 로또 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도 슬프다. 그리고 지난주 로또 1등이 무려 60명을 넘었고, 당첨금은 1인당 5억도 안 된다는 놀랄 노자의 뉴스를 보았다.

이젠 번개를 두 번이나 처맞아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 세상에 남은 희망은 무엇이란 말인가... 

코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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