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란란 Mar 04. 2023

슬램덩크(농놀)로 보는 요즘 2D 덕질

슬램덩크 덕질의 특이점 4가지


지난 1월 개봉한 < 퍼스트 슬램덩크>가 아직도 예매 차트 상위권에 올라와있다. 서점 사이트를 들어가면 슬램덩크의 신장재편판이 줄을 세우고 있다. 뭘 모르는 매체들은 이러한 슬램덩크의 인기는 3040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을 메인 타겟층으로 내세우지만, 실은 1020들이  활발하게 '덕질' 하고 있다는 사실! 트위터가 거대한 '농놀'의 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시간 트렌드'의 70%가 항상 슬램덩크 이야기고, 들어가기만 하면 엄청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1020은 슬램덩크를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을까.


1) 투디도 오프라인 카페 해요

생일 카페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 기념하기 위해 카페를 대관해서 주최하는 이벤트를 뜻한다. 3D 인물들에게 생일카페 자체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3D 덕질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카페 이벤트가 2D에도(!)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작년에는 웹소설 ‘데못죽’ 캐릭터의 생일카페가 열리기도 했다.) 5월에 개최될 예정인 정대만 생일카페 계정이 1월에 생성되었다. 단순히 '생일'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다. 3월 5일부터 7일까지는 '산왕공고 입학식'이라는 콘셉트의 카페가 열린다. 정우성, 신현철, 이명헌 산왕공고 주 캐릭터 3명의 학생증, 티셔츠, 엽서 등 다양한 굿즈를 제공한다.


2) 응원상영에 진심


정대만 응원깃발

서태웅 친위대 코스프레

퍼포먼스


극장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행사 등이 유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응원상영이라는 마케팅 전략 자체가 신박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응원상영을 즐기는 덕후들의 마음가짐이 심상치 않다. 슬램덩크 만화 내에 나오는' 서태웅 친위대' 코스프레를 하고 대형 깃발을 만들어 가는 것은 기본, 캐릭터의 얼굴을 프린트한 가면을 쓰고 직접 영화관 스크린 앞에 나가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응원 상영을 갔을 때 강백호가 관객석에 '이길 거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내 뒤에 앉은 관객이 뛰쳐나가 강백호의 제스처와 대사를 그대로 재현했다. (WOW)



팬들이 직접 응원상영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3월 11일에는 신촌 메가박스에서 주인공 팀인 북산의 상대팀 산왕을 응원하는 '산왕 비공식 응원 상영회'가 진행된다. 실제 영화관 행사처럼 응원도구를 나누어주는가 하면, 그 외에 산왕전 입장티켓, 엽서 등 공식 행사보다 더욱 다양한! 굿즈를 배포한다. 드레스코드도 정하고, 행사 관련 공지를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센스 있는 계정 운영도 돋보인다. 덕분인지 티켓팅도 아주 치열했다. 나 같은 경우도, 4명의 친구가 동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취소표도 광탈했다.(ㅠㅠ)


해당 행사 진행 공지 이후에 CGV에서 공식적으로 산왕VS북산 응원 팬심 대전 행사를 열었고, 산왕 응원 티켓은 빠르게 매진이었다. 팀별 응원상영은 인기가 좋았으나 각 캐릭터별로 관을 나누는 응원상영은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한 듯하다. 편 나누기, 인기 줄 세우기에 거부감을 보이는 들기도 하고, 응원상영의 묘미 중 하나가 다양한 캐릭터를 보며 그에 맞는 반응을, 밈을 내뱉는 것인데 (송태섭에게 싸움을 거는 정대만에게 철 좀 들리고 한다든지, 정우성이 이전에 없던 경험을 달라고 비는 장면에서 빌지 마! 외친다든지) 한 캐릭터만 응원하는 상영관의 경우 그러한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  다른 Point

이벤트 카페 신청이나 비공식 응원상영 티켓팅 등은  '위치폼'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다. 기존에 많이 이용했던 구글폼과 달리, 플랫폼 내에서 직접 판매자에게 문의할 수 있고, 판매자는 따로 품절 공지를 띄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다.


3) 여러분은 혹시, 프린팅 박스라는 것을 아십니까?

프린팅박스(일명 프박)는 "PC 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문서를 전용 앱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다음,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인 출력 키오스크"이다. (출처:캐릿​) 사진을 업로드하고 생성되는 코드를 공유하면 기계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사진을 뽑을 수 있다. 3x4, 4x6 등 사이즈가 다양하고 천 원, 이천 원이면 아주 선명한 사진을 뽑을 수 있다. 코드 유효 기간은 24시간으로, 특정 캐릭터의 일별 프박 코드를 모아놓는 계정도 있다.


다이소 테이프 자석 활용 사례

사진 출처 : 친구

단순히 사진을 뽑는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다이소 등에서 파는 다양한 아이템과 이용해 본인만의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스티커 자석으로 자석을 만들어 냉장고에 붙이고, 액자 키링에 프린트한 것을 끼워 나만의 키링을 제작하기도 한다.


4) 혹시 실존 인물인가요?

몇 주 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정대만 롤린'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정대만이 롤린을 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농구경기에서 선수가 등장하거나 골을 넣었을 때 재생해 주는 음악으로 어울리는 것을 팬이 직접 선정하고 영상을 편집​했는데, 그것이 잘 어울린다며 화제가 된 것이다. 이렇게, '스포츠 만화'라는 특성을 살려 실제 경기에 있는 요소들을 가져와 마치 현실 인물인양 리얼리티를 높이기도 한다.


https://youtu.be/lBOgo7HjANw


팬들끼리 즐기는 과몰입인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KBL (한국 농구 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북산VS산왕의 3D 경기영상을 바탕으로 해설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게 왜 진짜?)


과몰입 포인트는 여러 가지.


1) "선수단을 향한 과도한 비방 및 욕설은 경고 조치 없이 삭제됩니다."라는 실시간 채팅 공지 문구


2) 실존 인물을 대하는 듯한 해설 내용


https://youtu.be/tWDC_8Gbvus

3) 강백호 더빙한 강수진 성우 초빙해 인터뷰 (뭔데 다들 왜 이렇게까지 진심인데)


4) 위에서 언급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슬램덩크 멤버별 어울리는 곡 재생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슬램덩크 덕질이 유독 즐거운 것은, 딱히 2차창작 활동을 하지 않는 '소비러'인 나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나만의 굿즈를 만들 수 있고, 함께 덕질하는 친구가 없더라도 오프라인 행사에 갈 수 있다. 슬램덩크의 본래 인지도에 새로운 덕질 문화가 합쳐져 스케일이 큰 행사들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한 몫한다. 이러한 능동적인 경험이 이 장르에 대한 애정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닐까. 농놀 열풍,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빅웨이브에 탑승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좋아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에게 물었더라면 좋았을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