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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란 May 12. 2023

첫 책을 낸 초보 작가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이거 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책 아닙니다…


4 7, 세상에  책이 나왔다. 출판사는 홍보  인스타그램에 도서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기대평을 받았고, 나도 내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이벤트를 열며 응원의 글을 남겨달라고 했다.  글을 찬찬히 읽고 있자니, 물론 너무 감사한 마음과 몽글몽글한 느낌이 먼저였지만, 너무나 불안해지는 것이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어서 제목을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 감정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겠죠?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작가님이 내리신 결론이 궁금해요. 저에게 많은 힘이 될 것 같아요.


진심 다해 기대평을 남겨주고, 심지어는 제목과 관련된 자신의 일화까지 솔직하게 털어놔주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치만,
이거 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아니에요


책의 제목은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좋은 제목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만한 감정, 하지만 그런 내가 못나서 말 못 했을 감정이 직관적인 단어들로… 굉장히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지나가다가도 한 번쯤 펼쳐보게 될 만큼 후킹 된다. (좋은 제목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질직고 하자면, 막상 제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글은    밖에 없다. 그것도   장에 나와있는, 지금  브런치 계정에서도   있는  . 하나! 딱히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감정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경험의 통찰이 묻어나는 책도 아니다. 따지자면 이건 내향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이 가볍게 공감하며 읽을 , 관계에 대한 일화들이 많은 책이다. 제목만 보고 기대를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해서 힘들어서 이 책에서 답을 얻고 싶어’
->
‘뭐야! 제목이 속았어! 쳇! 나는 내향적이지도 않은데, 별로 공감 안돼!’


한 가지 걱정이 더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내가 출간 제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던 그 하나의 글 덕분이었다. 책의 시작이 된, 그리고 책의 제목이 된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는 대학내일에 기고한 에세이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필사를 했고(!), 대형 커뮤니티에 몇 번씩 ‘끌올’ 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이 출간되었을 때 그 글을 인상 깊게 읽은 사람들이 이런 기대평을 남겨주기도 했다.


취준생 때 힘내려고 두 번 세 번 읽었어요. 위로를 많이 받았던 글이라 작가님의 다른 글도 기대됩니다.


정말 매일 필사했던 글인데 책으로 나왔네요. 좋은 글을 쓰신 작가님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들에게 또한 외치고 싶었다.

저 생각보다
그렇게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필사한 그 글은, 말하자면 ‘휘갈긴’ 글이었다. 그날따라 유독 우울해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 정리를 하다가, 둥둥 떠다니는 이 단어들을 글로 적으면 더 명확해질 것 같아서 우다다 쏟아내듯이 쓴 글. 물론 퇴고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고통스럽게 문장을 짜내거나 단어를 골몰하며 쓴 글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그 글을 좋아했을 때 얼떨떨하기도 했다. 하여튼 저런 기대평을 읽으며 기쁜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이 내 역량의 최대치였던 거면 어떡하지?


그 글을 보고 기대치가 높아진 사람이 책을 읽었을 때 실망하면 어쩌지? ‘뭐야. 그 글만 잘 쓴 거였잖아? 다른 글들은 다 시시해! 속았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어 ‘그 글만 보고 나에게 출간 제의를 해주었던 출판사가 실망했으면 어떡하지? 아, 이미 계약했으니까 그냥 빨리 출간하고 치우자ㅋ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까지 갔다…)


이런 걱정들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아주 심플하고 현실적인 사람인데,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해주었다.


책을 사고 실망하는   사람들 몫이지  네가 그런 것까지 신경 ? 너는  냈으면  거지.


물론 내가 원하는 반응은 아니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반응 : 아니야 다른 글도 분명히 좋을 거야.)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그래. 어쨌든 나는 200페이지 분량의 글을 썼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고, 명확한 성과물도 냈다! 그것만으로도 잘했으니까, 사람들의 반응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책을 낸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내가 우려했던 그 반응이 있는 리뷰도 물론 있다. 조금 슬프긴 하지만 괜찮다. 이 책, 가벼운 거 맞고 내가 조금은 투머치 한 것도 맞고(관계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이 많은 것… 이 글에서의 걱정처럼.) 제목이 치트키인 것도 맞아! 그래도 뭐 어때. 엄마의 말 대로 나는 이미 책을 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분명 내 책에 위로를 받았으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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