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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란 Jul 24. 2021

강릉 혼자 여행 낭만적으로 즐기는 법 4가지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사는 사람의 여행기


* 5월에 갔다 온 것 기준이라, 지금 날씨에 즐기기엔 다소 힘든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한낮의 바다에서 비밀책 사기

- 그저 한 줄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것도 낭만이라 할 수 있다면



여행 중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던 것에도 가슴이 뛰게 된다. 평소의 나라면, 작가도 표지도 심지어는 장르도 모르는 비밀책 같은 것에 눈길을 줄 리가 없다. 소장할 책을 고를 땐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한낮의 바다> 라는 공간이 주는 낭만 덕분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 작은 독립서점의 분위기는 들리는 사람들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듯 했다. 손님 모두가 기본적으로 30분 이상 머물다 갔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같이 들어온 친구도, 커플도 이 서점에서 만큼은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사색을 즐기며 오롯이 책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한 것인지, 서점에 들어 오자마자 아무런 말도 없이 한참동안 책을 쳐다본다. 책 메모에 담긴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는 듯이, 이 책이 나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알아내고 싶다는 듯이.


나 역시도 한참동안이나 서점을 구경하다가, 그저 쓰여져 있는 문장 하나만을 보고 책을 골랐다.


나는  곳에 앉아 해가 저물고, 여름이 물러나는 것을 봤다. 가로등이 켜졌고, 고양이  마리가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내가 봤던 그때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렇게 제목을 붙일 것이다. 모두 집으로 아가고 남은 .


포장을 뜯어 표지를 마주하는 순간의 설렘은 책에 대한 애정을 증폭시켰다. 같은 문장을 포장 위 메모에서 읽었을 때와 책 속에서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메모에 적혀진 것을 봤을땐 내 마음속에 콕, 깊이 박히는 느낌이었는데 책 안에서는 그냥 물흐르듯 넘어가졌다.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달까. 결론적으로 내가 골랐던 비밀 책은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책의 호불호와는 관계 없이 이런 경험 자체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2. 경포호수에서 자전거 타기

- 추천 코스 : 자전거 탄 뒤 그대로 허난설현생가로 넘어가 산책하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놨었는데 다행히도 자전거 도둑이 없었다 (!)



강릉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아보라면 바로 이 곳, 경포호수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탔던 그 순간이다. 훌쩍 다가온 여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초록색과 파란색의 쨍한 녹음을 눈으로 잔뜩 담았다. 타다가 힘들면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호수 앞에 앉아 마주한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강문해변과 경포해변에서 조금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경포호수는 의외로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인듯 했다. 다 같이 걷고 있는 가족들, 강아지 산책 시키는 사람들 ... 주민들의 소중한 공간같은 느낌이었는데, 일상의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평화가 참 좋았다.


경포호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힘들어 질 땐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으로 넘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된다. 이 테라로사, 1층은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앉을 자리도 없는데 왜인지 2층에는 사람이 없다. 한길사의 책들이 잔뜩 꽂혀있는 2층에는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운동 뒤 사색(?) 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3. 모든 시간대의 바다를 보기

- 시간마다 바뀌는 바다 옆에선 모든 게 낭만이 된다. 발에 낀 모래알 마저도


강릉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must’ 가 없다는 것. 아무래도 바다가 메인인 관광지이다 보니, 강릉에서 꼭 가야할, 해야할... 여기 안 가면 강릉 갔다고 할 수 없는... 그런 부담들이 없었다. 대체 누가 정했는지 모를 그 ‘must’ 때문에 어느 여행지를 가든 마음 한 켠에 늘 조급함이 있었는데, 강릉에서는 그런 쫄림(?) 없이 여유롭게, 또 계획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내 목적은 오로지 바다, 바다, 바다였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모든 시간대의 바다의 색을 눈에 담고, 모든 시간대의 바다의 바람을 온 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내 감각을 바다로만 꽉꽉 채우고 싶었다.


일출 바다

해가 올라오는 모양은 참 신기했다. 잔상처럼 흐릿했다가, 동그라미가 다 올라오면, 그때부터 주변을 집어 삼킬 듯이 빛을 낸다. ‘에반게리온’에서 주인공들이 저 멀리서 사도를 발견했을 때, 이런 강렬함을 느꼈을까? 생각했었다. (뻘하죠?)


오전7시의 바다

일출을 보려다 실패하고... 애매한 시간에 일어났지만 그래도 나가본 오전7시의 바다. 앞으로도 이렇게 한적하고 고요하고 강한 바다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도 좋아하고, 윤슬도 좋아하는 나에게 오전7시의 바다는 꿈만 같았다. 위에서 뭐가 강림할 것 같기도 했던 바다.


한낮의 바다

아마 내게 가장 익숙한, 에메랄드 빛의 바다


오후4시

원래도 오후4-5시의 따뜻한 색을 좋아한다. 거품에 묻어있는 해의 따듯함


오후7시

아마 사람들은 이때의 팔레트색 바다를 가장 많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까?


일몰

경포호수로 가면 더 제대로 일몰을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네 맞아요 할말 고갈이에요)


밤바다


낭만을 한 움큼 더 더해주고 싶다면, 돗자리와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준비해가면 된다. 돗자리는 강문해변보다는 경포해변에서 피기를 추천. 경포해변 모래사장 앞에 나무들이 있는데, 너무 뜨거운 햇빛이 싫다면 거기에 피면 된다.



4. ‘경포에서’ 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맥주마시기

- 혼여행객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곳



강문 혼자 맥주, 경포 혼맥, 강문 수제맥주, 경포 펍... 아무리 찾아도 마땅한 곳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곳. 강릉의 자랑 ‘버드나무 브루어리’ 병맥주도 팔고, 야외테라스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1인 안주를 파는 곳이다 ! 혼여행객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곳.



살짝 언덕에 위치해있어 밤바다도, 솨아아-하는 파도 소리도 아주 잘 들린다. 야외테라스에 앉아 맛있는 맥주를 꼴깍꼴깍 마시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히 벅차오르기도 한다. 파도소리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백수린의 ‘다정한 매일매일’ 을 읽었던 그 순간, 낭만이 치사량을 넘은 그 순간은, 여행 후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벅차오르게 한다.



정리

1. 한낮의 바다에서 비밀책 사세요. 될 수 있다면 오래오래 머물면서, 책 위의 메모를 감상하세요. 온전히 글자에만 집중하는 순간을 느껴보세요.

2. 경포호수에서 자전거를 타세요. 그러다가 허난설현 생가에 가서 숲길 산책을 하고, 지치면 누워있으세요.

3. 바다 바로 앞에 숙소를 잡아 모든 시간의 바다를 보세요. 돗자리와 블루투스 스피커, 좋아하는 책까지 챙겨가면 더 완벽합니다.

4. ‘경포에서’ 펍에서 맥주까지 마시면 낭만 가득한 여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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