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물젤리 Aug 23. 2023

스윗가이 미남아~~~거짓말을 부탁해

다섯 살 미남이

바람이 심한 날이었다.


어린이 집 다녀온 미남이는 자전거를 타면서 짝사랑 그녀 여섯 살 누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다쳐 이주동안이나 놀이터에 나오지 못했던 누나가 오늘부터는 수 있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내내 차가 올라오는 입구를 신경 쓰던 미남이가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차가 멈추는 곳으로 뛰었다.


늘 누나를 기다리던 차량 집입방지턱 위를 점프해 뛰어오른 미남이는 아직 멈추지도 않은 차 안을 목을 빼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나는 옆동네 할아버지 집에서 내린다.

차가 출발하고 5분 정도 지나면 킥보드를 타고 맞은편 놀이터쪽을 통과해 짠 하고 나타나고 할아버지가 뒤따라 오신다.


"누나 눈은 다 나았어?"


"그럼 오늘 올 거야?"


어깨를 빙글빙글 휘저으며 뛰어와야 하는 미남이가

풀이 팍 죽어 방지턱을 내려오더니 다시 올라갔다.


평소 차 안누나와 미남이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떡끄덕 하고 절레절레 흔드는 걸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왜 못오는데?"


오늘은 누나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나 보다.


"누나가 눈은 나았는데 감기가 걸려서 못 온대요"


터벅터벅 걸어온 미남이 잔뜩 풀 죽었다.


기다리던 누나를 만나지 못하는 날은 늘 저런 표정이다

잠시 자전거를 타다가 다음에 도착한 유치원차를 보고 쪼르르 달려간다. 내려야 할 다섯 살 동갑내기 친구가 내리지 않았다.


세번째에 도착하는 유치원차에서 내릴 예은이 아빠를 만났다.

그 집 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은이 아빠 옆에 바짝 붙어있다.


"예은아, 예은아!!!내가 얼마나 기다렸다고오~~~~!!!"


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고 친구가 내리기도 전에 온갖 호들갑을 다 떨었다.

두 아이는 쪼르르 뛰더니  나란히 그네에 앉았다.


예은이 아빠는 예은이  동생을 안고 있었다.

바람이 거칠었다.

맨발인 아가발을 감싸 쥐고 집에 들어가자고 달래는 아빠와 팽팽한 대치중이다.


아이들을 미남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두 아이는 다툼 한 번 없이 잘 놀았다.

난 숨바꼭질하는데 술레 몇 번 돼주고 저녁을 먹여 데려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코가 아파요"


숨바꼭질하던 중 나를 술레 시켜 놓고 이불속에 숨어 장난을 하다가 미남이 발이 예은이 코를 살짝 스친 듯했다.


미남이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약상자를 꺼내왔다.


"내가 미안해서 붙여주는 거야아~~ , 예쁜 핑크색으로 해줄게에~~~"


끝을 살짝 올리는 다정한 말로 세상에 없는 스윗남 코스프레를 하면서 멀쩡한 콧잔등을 꼭꼭 눌러가며 밴드를 붙여주었다.


헤어지기 전, 예은이 집 앞에서 내일도 둘이 놀자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


약속은 쉽고 요즘 날씨처럼 변덕이 심한 다섯살이다.

누나만 나타나면 약속은 없던 일이 되고 잘 놀던 친구는 모르는 남을 만들고 마는 미남이다.

부디 짝사랑 누나랑 절친 형아가 나타나 이번에는 거짓말쟁이 미남이가 되지 않도록 꼭 약속을지켜주면 좋겠다.


무럭무럭 자라야 할 키 대신 피노키오처럼 코만 쑥쑥 자라면 안되니까 말이다.


목욕을 마치고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는데 바위 딱 달라붙은 아기 따개비처럼 납작한 코가 만져졌다.


아~~ 거짓말이 좀  필요하긴 하다. 꽤 필요한가?


미남아 네 코는 네가 책임져라.


제법 높아진 코. 넌 다 계획이 있었던 거구나

                         <  미남아 이모할머니가  지.못.미  >


작가의 이전글 다섯 살 미남이 자살골을 넣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