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핸 Jun 24. 2023

가장 이상적인 작업 개수는 어느 정도 일까?

무작정 열심히 만드는 작가 vs 퀄리티와 아이디어에 초점을 두는 작가

흔히 작가들끼리 이야깃거리 중 한 주제가 반드시 있을 텐데, 아마도 “작가들은 보통 몇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 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는 사실상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불안감 속에 정확한 작품수를 헤아려보려고 한다. 예술세계에선 일맥상통하는 조언 중에 하나가 “무조건 많이 그려야 한다 혹은 제작해야 한다.“ 인데, 그만큼 작가가 다작할수록 이 사람의 정체정을 증빙할 상징 수가 많아지니 아이덴티티 성립과 성공할 확률이 객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만 깊이 현혹되어 말 그대로 다른 요소엔 신경 쓰지 않고 개수에만 집착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퀄리티와 테크닉적인 면에서 떨어지게 된다.


작품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하위권 작가나 나태한 작가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모든 인류에서 가장 많이 다작한 작가인 파블로 피카소는 91세까지 무려 13500점을 그렸고 추가로 프린트 100000점, 조각상 300개 그리고 34000개의 삽화를 제작해 총 147800개라는 어마어마한 작품 수를 내놓았다. 반면 모네는 물론 사이즈가 큰 그림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약 2500점 정도 된다. 피카소에 비하면 당연하게도 적은 작품 수를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서 한 획을 그은 근대 예술가들 중에 한 명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작품을 만들고 사이즈가 어떻고 그 작가의 성격에 따라 작업 개수는 결국엔 상대적인 가치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AI 등장하고 있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 시대에서 작품 수로 어느 작가를 옭고 그름을 따져 평가를 내린다는 행동은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게 됐다. 덧붙여 작가의 나이와 활동 시기에 따라서 작품 개수는 가변적인 수치라고 본다. 본격적으로 활동 시작한 작가는 신속한 아이덴티티 형성을 위해 처음에는 퀄리보다도 작품 수에 초점을 두에 계속 찍는다라는 식으로 만드는 게 유리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처음에는 아주 좋은 퀄리티를 바로 불러일으키기엔 무리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과 스타일의 일관성을 충분히 쌓았을 경우 이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시기에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어 더 넓은 자율성을 확보했으므로 작품 수를 줄여도 괜찮다. 대신 재료와 테크닉의 퀄리티에 초점을 두어 더욱 고급화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해야 작가로서 오래 활동하고 점차 확고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봤을 때 매번 찍기만 한다면 번아웃 같은 정신적인 피로가 다가오니 잘 조절한다면 최소한의 피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적으로 목표로 잡아둘 수 있는 작품 개수는 어떻게 될까? 이는 신진작가로서 캔버스&패널 유화와 아크릴로 1년 활동하는데 나와야 하는 수치라고 봐야 한다.


1. 5m 이상 작품들: 1~5점

2. 2m ~ 5m 작품: 10~20점

3. 1m ~ 2m 작품: 20~40점  

4. 1m 이하 작품: 50~100점

5. 다양한 사이즈가 섞여있을 경우(최대 5m 최소 A5): 20~50점


여기서 경제적인 상황과 작업실 환경에 따라서 더 줄어들 수 있고 더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라서 참고만 하면 된다.


* 주변 작가들에게 얼마나 그리냐라고 물어보고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다면, 그 뜻은 ‘아주 미친 듯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그리고 있어서 셀 수가 없다’는 뜻을 담은 겸손한 답변인 확률이 높다.  




작가의 이전글 예술세계 속 인과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