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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Feb 05. 2024

혼란한 의료계

빨리 총선이 끝났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어떤 공무원(혹은 사칭)이 쓴 글을 보니 힘이 빠진다. 나 또한 의사라는 단체에 속한 사람이므로 의사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글을 보면 일단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생각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이미 의대 정원 확대만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의사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환경에 처해있고 따라서 정책이 바뀌면 어떤 의사는 이득을 보고 다른 의사는 손해를 보곤 했다. 따라서 어떤 통일된 의견을 모으고 단결하기 어려운 집단이 의사이다. 전통적으로 의사를 공략하는 방법은 내부 분열 유도 및 각개격파였다.


사실 의대 정원 확대만 놓고 보면 이미 자리 잡은 병원장이나, 대학병원 교수에겐 오히려 좋은 일이거나 관심도 없을 남 일이다. 이때만 해도 분노하는 건 의대생이나 전공의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발표된 '필수의료 패키지'는 너무 많은 의사를 적대시하는 정책이었다. 일부 의사가 집단을 배신(?)하고 빠져나갈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현재 의사는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비굴하게 고개 숙이고 복종하기

- 죽을 때까지 싸우기


내가 보기엔 현 정부는 둘 다 바라는 것 같다. 의사가 알아서 굴종하면 좋고, 싸우겠다면 다 죽이는 것도 좋고.


#2 2020년 당시 정부는 파업을 봐준 게 아니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은 내리지만, 의사 면허를 취소시킬 법적 근거가 없었다. 파업을 봐준 게 아니다. 물론 의사도 무리하게 파업을 지속할 순 없었기 때문에 정부와 '적당히' 합의해서 어느 날 갑자기 싱겁게 끝나버린 것이 내가 기억하는 2020년 파업?이다.


이후 정부는 '의료인 면허 취소법'부터 통과시킨다. 이젠 말 안 듣는 의사는 면허를 취소할 힘을 가지게 되었다.


안 그래도 위 글처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의사를 찌르고 싶어 하는데, 칼까지 쥐어졌으니 이번 파업은 서로가 끝을 보는 진짜 전쟁이 날 것 같아 두렵다.


#3 파업을 용인하는 정부가 어디 있냐

'불법 파업'이라는 단어에 담긴 역사를 글쓴이는 과연 알까. 모든 파업은 원래 '불법'이었다. 오늘날 '합법 파업'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투쟁했는지 모르니 '불법 파업'이라는 단어가 함부로 나오는 거다.


'그래도 정부가 봐주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 나올 거면 애초에 파업하면 안 된다. 파업은 야유회가 아니며 그건 의사 집단도 마찬가지다.


#4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정책 추진을 취소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는 완전 바보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예상되는 정부의 태도는 말할 필요도 없는 초강경! 한편, 의사는 가만히 있어도 죽고 파업하면 욕먹고 죽게 생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아주 사소한 계기가 불씨를 댕길 듯하다. 힘없는 나는 정부도 의사도 부디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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