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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Jul 09. 2023

동서를 바라보는 내 시선

모두의 시선은 어긋날 수 있다

시선에 관한 글을 쓰면서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동서.


동서가 생긴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못했다.

시동생이자 나의 오랜 벗인 도련님은 장가가 늦어도 많이 늦어 어머님을 애타게 했지만 3년 전 동서를 소개로 만나 1년 교재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도련님에서 서방님으로 바뀐 나의 벗은 좋아도 너무 좋아했고 내가 봐도 잘돼도 너무 잘됐다 생각했다.

나는 결혼주의자.

했다가 헤어지는 한이 있어도 한번 해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에피소드 1

그렇게 동서가 들어오고 맞이하는 첫 명절이었다.

우린 새벽 4시에 출발해서 낮 12시에 시댁에 도착했고 중간중간 어머님이랑 통화하며 식사를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우리가 일찍 도착하면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길이 막혀 아무래도 점심은 어려울 것 같아 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

5시에 시댁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고, 4시부터 시어머님의 지휘아래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참 준비가 무르익어 갈 때쯤인 4시 30분.

어머님 전화가 울린다.

“어, 그래 훈이가?”

“아이고 그래? 많이 아프나? 아이고 우짜노.. 알겠다.

그래 그럼 쉬어야지… 알긋다…“

“어머님 무슨 일이에요?”

“작은 아가 열이 나고 아프다카네… 혹시 코로나 일 줄도 모르고….”

“에고… 저런…”

“그래가 내가 집에서 쉬라 했다, 밥은 우리끼리 묵자”

“네네….”

우리 끼리니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준비가 되는대로 식사를 시작하면 되겠다 싶어서 서둘러 준비를 했고, 우리 가족 넷과 어머님 이렇게 다섯이서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식탁을 정리하지 않고 서로 한참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어머! 동서! 열난다면서요?”

나는 무의식 중에 손으로 입을 막았다.(ㅋㅋㅋ)

“아… 그게…”

어머님이 한마디 더 거드셨다

“코로나 일 줄도 모르는데 이래 와도 되나? “

우리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서는 성큼성큼 식탁으로 걸어와서는 털썩 앉았다.

그리곤…

“제가 생리통이 심해서 누워서 자고 있었더니 오빠가 안 깨웠더라고요… 깨서 우리끼리 컵라면이나 먹자 하다가 아니 그냥 가서 어머님 밥 먹자 하고 왔어요. 헤헤헤”

“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서방님을 쳐다보며 어머님과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에피소드 2

지난 명절에 이어 다시 맞이하는 명절.

명절마다 고속도로의 정체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고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8시간 30분이 걸렸다

새벽 3시 30분에 출발했지만 밀리고 밀려 결국은 점심시간이 다돼서야 도착했다.

이번엔 동서가 미리 집에 와 있었다.

이미 상도 잘 차려져 있었고…

괜히 상을 받는 느낌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동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그렇게 점심을 같이 먹었고, 저녁은 따로 먹고 산책이나 하자고 이야기했고, 동서는 동서집으로 갔다.(동서집은 어머님 댁과 차로 15분 거리)

우리는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마실 나온 동서네와 함께 동네산책을 했다. 산책 후 헤어지며 내일 예배 후에 어머님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새배를 하기로 했다.

어머님과 나는 예배를 가기 전 전기밥솥에 어른 다섯과 아이 둘 분량의 밥을 안치고, 오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재료도 손질해 두었다.

예배가 끝났고 서둘러 다 같이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어머님의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님은 서방님이 벌써 도착한 거 같다며 서둘러 전화를 받으셨다.

“너거 벌써 도착했나?

어… 아… 그래도 오지… 아이고… 참내… 알긋다”

느낌으로도 서방님이란 걸 알겠고 못 온다고 했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서 일부러 전화를 끊은 어머님께 묻지 않았다.

침묵을 깨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야들 어젯밤에 잠을 설쳐가 못 오겠단다.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고 우리끼리 밥 먹으라 한다. 참내…”



에피소드 3

이번엔 명절이 아니고 주말을 이용해 시댁에 들렀다.

사실 에피소드 2를 겪으면서 맘이 좀 상하기도 했고, 자주 만나는 사이도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도 아니다 보니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였다.

이번엔 동서가 임신을 한 상태, 노산에 첫 출산이라 병원에서 동서에게 절대안정하라는 처방을 내렸고, 동서는 출근도 하지 못하고, 누워서만 지낸다고 했다.

볼 수 없을 가능성 100프로라 생각했고, 괜히 마음 불편할까 봐 연락도 안 했다.

그런데 어머님이 서방님에게 연락을 하셨단다.

아니나 다를까 동서가 움직일 수 없으니 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어머님은 못내 서운해하셨다.

점심을 먹고, 저녁쯤 돼서 어머님은 서방님에게 다시 전화하셨다.

“훈아, 니라도 와야지. 작은 아는 놔두고, 니는 그래도 형이 멀리서 왔는데 와봐야지”

“엄마 나 밖인데, 우리 진짜 오랜만에 같이 좀 나왔는데, 지금 못가”

“니는!!!  절대안정이라서 못 나온다더니!!!”

“아! 엄마, 며칠 만에 오늘 첨 나왔어요!!!”

우린 만나지 못했고, 별로 섭섭하진 않았다.


시선에 관한 글을 어제 발행한 후 이 세 번의 에피소드가 계속 생각나면서 내가 가진 동서에 대한 시선은 어떤 것일까 돌아보게 됐다.

내가 처음에 그랬듯,

결혼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고,

그 관계는 낯설고 어색했고, 아직 어리고 모자란 상황.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익숙해지는 만큼 마음이 자라고, 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동서를 향한 시선을 거둬들이고 지금은 눈을 감고 기다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더 많이 눈을 감아야 할까….

내 마음(그러고 보면 나는 늘 피곤한 상태로 긴장된 시댁에서 동서를 만나야 하니 내 마음이 평온한 적이 있었던가…)의 상태에 따라 달리 보여 왜곡시켜 버리는 내 시선을 오늘도 그것이 정답이라 믿고 보고 있지 않기를…

내 마음의 상태를 먼저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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